박홍근 “재정 화수분 아냐”, 이 말만은 꼭 지켜야
입력2026-03-04 00:05
지면 31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3일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며 “불요불급한 예산을 과감히 도려내 최적의 효율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혜훈 전 의원 낙마 이후 장고 끝에 정치인 출신 장관을 지명하면서 불거진 재정건전성 우려를 의식한 말로 들린다. 그러나 친명계 4선 중진 의원의 기획처 장관 지명 자체가 당정이 예산권을 틀어쥐고 확장재정에 속도를 내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밖에 없다. 박 후보자도 적극 재정의 역할을 강조하며 ‘벚꽃 추경’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당 내 대표적 예산정책통인 박 후보자는 경제의 분모인 국내총생산(GDP)을 키워 재정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채무가 늘어도 GDP가 커지면 국가채무비율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논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올해 GDP 성장률이 2%에 그치는데 총지출 증가율을 8.1%까지 끌어올린 재정 운용으로 채무 부담을 낮출 수 있겠나. 지출 확대가 이어지면 올해 728조 원인 본예산이 800조 원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다. 대통령실의 확장재정 기조에 맞춰 예산 수장까지 재정 역할론을 앞세우면 기획처는 고삐 풀린 확장재정의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
석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도 중요한 변수다. 이번 선거에서도 선심성 예산 집행이 반복되면 재정건전성은 직접 타격을 입게 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경제 규모 확대와 재정 안정성이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다. 국가채무비율은 지난해 49.1%에 달했고 2030년에는 6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을 두고 팬데믹 이후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매년 100조 원 안팎으로 불어나는 만성 적자 구조라고 지적하며 부채 증가 속도를 경고했다.
박 후보자는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확장과 건전성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 재정준칙 도입 등 제도적 장치의 신속한 마련도 요구된다. 기획처 장관 자리가 지방선거 교통정리용이란 비판을 잠재우는 길도 재정 파수꾼으로서의 엄정한 역할 수행에 달렸다. 박 후보자는 성장 동력 둔화를 재정으로만 보완하겠다는 접근에 한계가 있음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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