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챔피언의 조건, 스케일업과 묶음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장
입력2026-03-03 18:17
지면 30면
2026년 대한민국 경제는 코스피 6000시대를 열며 새로운 도약의 문턱에 서 있다. 그 중심에는 확고히 자리 잡은 반도체 기술 경쟁력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인공지능(AI) 생태계의 잠재력이 있다. 1월 AI 모델 성능 분석 기관인 아티피셜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는 한국을 미국·중국과 함께 ‘글로벌 AI 3강’으로 평가했다. 올해 초 열린 ‘CES 2026’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220여 개의 혁신상과 19개의 최고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주목할 점은 최고 혁신상 중 약 60%를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이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성장의 기반이 대기업 중심에서 더욱 광범위하고 역동적인 혁신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질적 전환의 신호로도 읽힌다.
하지만 기술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혁신 기업들이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어 실질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교하고 일관된 전략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한 번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혁신과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스케일업’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술 개발 이후에는 실증 사업의 기회를 제공해 다시 한 번 기술을 검증하도록 지원하고 상용화로 나아가기 위해 정부의 선제적인 공공 조달과 민간의 적극적 구매를 결합해 초기 시장을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긴밀히 연계해야 한다.
중국 상하이에는 ‘모속공간(模速空間)’이라는 AI 혁신 허브가 있고 항저우에도 ‘인공지능타운’이라는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를 비롯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 기업 ‘브레인코’ 등 다양한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있다. ‘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에 필요한 ‘AI 모델’과 ‘컴퓨팅인프라’ ‘투자자’ ‘빅테크와의 연계’ ‘홍보·전시 및 글로벌 네트워킹’을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한다. 즉 기술과 자본 및 시장을 동시에 묶어 성장 속도를 높이는 구조다. 우리도 공간·인프라·자본·네트워크가 통합된 ‘스케일업’ 메커니즘을 더욱 고도화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챔피언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들의 느슨한 연대를 넘어선 ‘강력한 묶음(Packaging)’ 전략이 필수적이다. 피지컬 AI와 같이 AI 모델부터 반도체·센서·로보틱스 등 다양한 기술들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R&D 단계부터 강한 결속과 공동 설계가 요구된다. 지난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디지털’의 AI 전환(AX) 사업을 계기로 협력을 본격화한 ‘한국형 AI 컨소시엄’ 사례는 글로벌 진출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덕분에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업스테이지, NC AI 등 AI 반도체, AI 모델, 클라우드 인프라 분야 7개 핵심 기업들이 각각의 강점을 하나로 결집해 중동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혁신기업들이 R&D를 통한 핵심 기술 확보에서부터 사업화를 위한 스케일업 전략, 그리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이르는 전 주기 지원 체계를 갖추고 민관이 명확한 목표 아래 원팀으로 움직일 때 2026년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AI 챔피언으로 도약하는 실질적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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