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누가 이길까’보다 ‘지방 살아남을 수 있나’ 묻자
이향수 신임 한국지방자치학회장(건국대학교 공공인재학부 교수)
입력2026-03-04 11:45
이향수
건국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2026년 6월 3일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단순한 정치 일정이 아니다. 이번 선거는 지방자치가 앞으로도 작동할 수 있는 제도와 역량을 갖출 수 있을지, 아니면 지방소멸의 흐름을 막지 못한 채 구조적 쇠퇴로 접어들 것인지를 가르는 중대한 분기점이다.
이미 지방이 처한 현실은 위기 단계를 넘어섰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방소멸 위험지수에 따르면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118곳, 즉 절반이 넘는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이는 2005년 33곳에 불과하던 수치가 20년 만에 네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부산과 같은 광역시에서도 소멸위험 구·군 비율이 40%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소멸은 더 이상 농촌이나 군 단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역 구조 전반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는 재정과 행정 역량을 동시에 압박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72년 우리나라 총인구는 3,622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고, 수도권 인구 비중은 오히려 53%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비수도권은 급격한 인구 유출과 고령화로 기본적인 행정서비스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 같은 조건에서 지금의 지방자치 구조가 과연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
문제는 지방자치 역사가 30년을 지나왔음에도 ‘실질적 자치’에 이르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제도적으로는 자치분권이 확대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권한은 제한된 채 책임만 강화되는 구조가 반복되어 왔다. 2025년 기준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8.6%에 불과하고,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세와 지방세 비율 역시 8대 2 수준으로, OECD 주요 국가들이 5대 5 수준인것과 비교할 때 지방의 재정 자율성은 현저히 낮다. 이런 조건에서 지방정부에 창의성과 성과를 요구하는 것은 구조적 모순에 가깝다.
그래서 이번 6·3 지방선거는 단순히 ‘누가 단체장이 될 것인가’를 묻는 선거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어떻게 재설계할 것인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단순한 지역간 결합만으로 지방소멸을 극복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광역과 기초가 기능적으로 협력하고, 기초정부가 스스로 기획하고 집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구조다. 강한 중앙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강한 지방정부가 필요하다.
아울러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의 실질적 확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사무만 내려보내고 재원은 주지 않는 방식으로는 책임 행정을 기대할 수 없다. 지방정부가 주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스스로 설계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권한과 재정을 함께 이양하는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는 지방에 특혜를 주자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다.
지방정치의 질 역시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이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의 연장선이 되고, 공천 경쟁이 정책 경쟁을 압도하는 한 주민의 선택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방의회 의석의 대부분을 거대 양당이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다양한 지역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생활 민주주의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와 정치 관행 전반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가 강조해야 할 가치는 ‘책임 행정’이다. 2025년 5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자료를 보면 민선8기 지방자치단체장의 공약 이행률은 7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내용이다. 주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공약 이행은 행정의 자기만족에 불과하다.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설계, 이행 과정의 투명한 공개, 주민 참여형 성과 평가가 제도화될 때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도 회복될 수 있다.
6·3 지방선거는 지방자치 30년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외형적 분권을 넘어 실질적 자치로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일지 모른다. 유권자 역시 정당이나 구호가 아니라 정책 역량과 책임성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 지방의 미래는 중앙정부가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이번 선거가 지방이 다시 숨 쉴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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