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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경제 : 재사용 넘는가치 전환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난양공대 산업처장 겸 변환경제센터장)

RIE2030 톺아보기 ⑤

입력2026-03-04 14:53

조남준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

자원을 단순히 재사용이 아닌 다른 소재로의 변화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제개념인 변환경제(Transform, Create, Multiply)를 표현한 AI 이미지.
자원을 단순히 재사용이 아닌 다른 소재로의 변화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제개념인 변환경제(Transform, Create, Multiply)를 표현한 AI 이미지.

변환경제라는 말을 처음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순환경제의 다른 표현쯤으로 받아들인다. 다시 쓰고, 덜 버리고, 효율을 높이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변환경제는 순환경제의 확장판이 아니다. 출발점부터 다르다.

순환경제가 묻는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잘 다시 쓰고 있는가?

반면 변환경제가 던지는 질문은 훨씬 다르다.

우리는 무엇을 무엇으로 바꾸고 있는가?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경제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순환은 흐름의 문제이고, 전환은 성격의 문제다. 변환경제는 자원, 기술, 데이터, ESG 성과가 어떤 경제적 위치에 놓이는지를 다시 정의하는 경제다.

예를 들어 보자. 폐기물은 순환경제에서는 재활용 대상이다. 가능한 한 다시 쓰고, 폐기량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변환경제에서는 질문이 달라진다. 이 폐기물이 어떤 새로운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에너지, 소재, 데이터, 표준, 신뢰 중 무엇으로 바뀌는지가 핵심이다.

싱가포르의 투아스(Tuas) 통합 폐기물 관리 시설을 보자. 단순히 소각과 재활용을 결합한 시설이 아니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전력망과 연결되고, 처리 데이터는 도시 운영 시스템과 결합된다. 폐기물은 ‘처리 대상’에서 ‘에너지 자산’과 ‘운영 데이터 자산’으로 위치가 이동한다. 이것이 재사용이 아니라 전환이다.

이 관점은 물질 자원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연구 성과 역시 마찬가지다. 연구는 전통적으로 비용으로 인식되어 왔다. 예산을 쓰고, 결과를 얻고, 평가가 끝나면 다음 과제로 넘어간다. 하지만 변환경제에서는 연구 성과가 자산으로 전환되는지가 중요하다. 데이터베이스로 남는지, 표준으로 이어지는지, 산업 플랫폼으로 확장되는지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의 정밀의료 프로그램을 생각해 보자. 유전체 데이터를 축적하는 행위는 단순한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 데이터가 바이오 기업 유치의 기반이 되고, 임상시험 허브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며, 글로벌 제약사와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자산이 될 때 연구는 비용이 아니라 전략 자산이 된다. 논문 수가 아니라 데이터 플랫폼의 규모와 신뢰가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RIE2030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 전환을 개념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중심에 놓았다는 점이다. 싱가포르는 연구와 혁신을 ‘성과를 내는 활동’이 아니라, ‘자산을 축적하는 과정’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이 차이는 정책 설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변환경제는 성장의 방식도 바꾼다. 기존 경제에서는 성장은 투입의 증가와 함께 움직였다. 더 많은 자원, 더 많은 노동, 더 많은 자본이 필요했다. 하지만 변환경제에서 성장은 반드시 새로운 투입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미 존재하는 자원과 성과가 다른 가치 범주로 이동하는 순간, 성장의 질과 경로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항만을 보자. 싱가포르는 물리적 항만 확장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지 않는다. 선박 이동 데이터, 통관 데이터, 공급망 신뢰 데이터를 결합해 ‘스마트 항만 플랫폼’을 만든다. 이 데이터가 글로벌 물류 기업과 금융기관에 공유되고, 리스크 평가 기준이 되면 항만은 단순한 물류 시설이 아니라 신뢰 기반 금융 인프라로 전환된다. 추가 투입 없이도 경제적 위상이 달라진다.

여기서 디지털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디지털은 변환경제의 도구가 아니라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다. 데이터가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측정되고, 연결되고, 신뢰받아야 한다. Digital Economy는 이 전환을 실행하는 인프라이고, Digital ESG는 그 결과를 증명하는 언어다.

예를 들어 탄소 데이터를 생각해 보자. 단순히 배출량을 보고하는 단계에서는 비용 관리에 머문다. 그러나 배출 데이터가 금융기관의 대출 조건과 연결되고, 글로벌 공급망의 거래 기준으로 작동하면 탄소 관리 역량은 기업 가치의 일부가 된다. 싱가포르가 Digital ESG를 강조하는 이유는 ESG를 보고서가 아니라 자본 접근성의 조건으로 전환하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변환경제는 환경 정책이나 기술 정책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재정, 금융, 산업, 외교 전략까지 함께 움직여야 작동한다. 싱가포르가 변환경제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루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변환경제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매우 실용적인 선택이다. 자원이 부족하고, 시장이 작고, 외부 환경에 민감한 국가일수록 무엇을 더 투입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전환할 수 있는지가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반도체를 단순한 제조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 설계 역량, 공정 기술, 인력 풀, 글로벌 기업 네트워크를 결합해 전략 기술 플랫폼으로 전환한다. 그래서 반도체는 산업 하나가 아니라 국가 협상력의 자산이 된다. 이것이 변환의 정치경제학이다.

RIE2030은 이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이 문서는 성장의 속도보다 성장의 구조를 먼저 설계한다. 그리고 그 구조의 이름이 바로 변환경제다.

다음 회에서는 변환경제의 출발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자원과 자산의 경계는 어떻게 허물어지고 있는가. 변환경제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조남준의 CROSS ECONOMY(변환경제)
조남준의 CROSS ECONOMY(변환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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