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성과급 상한 폐지’ 매몰...6%대 인상에도 협상 결렬
보상 확대책에도 이견 못 좁혀
상한 없애면 형평성·투자 재원 우려
노조, 쟁의권 확보 절차 돌입
입력2026-03-04 14:59
수정2026-03-04 15:39
성과급 등을 둘러싼 삼성전자(005930) 노사 간 임금 협상이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라는 일방적 요구를 굽히지 않으면서 최종 결렬됐다. SK하이닉스가 채택한 성과급 상한 폐지는 삼성전자의 경우 다양한 사업 조직 간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고, 투자 여력을 약화하는 데 노조가 무리한 주장을 거두지 않는 형국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임직원에게 “지난해 12월부터 총 8차례의 본교섭과 6일간의 집중교섭 및 조정 절차까지 거쳤음에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임금협상 타결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해 회사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특히 협상이 결렬된 이유에 대해 “노조가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를 반복해서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사측과 노조 공동교섭단은 지난해 12월부터 임금단체협상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지난달 20일 중앙노동위원회의 노동쟁의 조정 절차에 들어갔지만 이마저도 전날 밤 결렬됐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와 산정 기준 투명화, 임금인상률 7%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내 공지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성과급 산정 기준 투명화 요구에 대해 OPI 산정 기준을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의 20%’와 ‘영업이익의 10%’ 중 직원이 유리한 쪽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제시했다. 임금 인상 요구에 대해서는 지난해(5.1%)보다 높은 6.2% 인상률과 함께 전 직원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고정시간외수당 시간 수 축소, 주택대부 최대 5억 원 지원, 사내몰 100만 포인트 지급, 장기근속 휴가 확대, 자녀출산경조금 최대 500만 원으로 상향 등을 제시했다. 실적이 크게 늘어난 반도체(DS)부문 직원들에게는 영업이익 100조 원 달성 시 OPI 100% 추가 지급이 포함됐다.
회사측은 전례없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으나 노조가 성과급 상한 폐지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면서 협상은 이뤄지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단순히 OPI 상한을 폐지하면 일부 사업부에 일시적으로 혜택이 부여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OPI 초과 이익 달성이 어려운 대다수 사업부는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반도체만 해도 메모리 사업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파운드리와 비메모리(시스템LSI) 사업은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다. 모바일 부문도 최근 메모리 원가 부담이 가중돼 수익성이 위축될 처지다. 반대로 메모리 사업부가 불황을 겪을 때도 유사한 형평성 문제는 불거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상한 없는 성과급 제도가 연구개발(R&D) 투자 재원을 줄여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한다. 반도체는 막대한 R&D와 시설 투자가 적기에 이루어져야 하는 산업인데 성과급으로 재원이 고정적으로 유출될 경우 미래를 위한 재투자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연례적인 파업과 천문학적인 손실을 언급하며 발목을 잡는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이기적인 요구보다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노조는 조합원들에게 “파업 시 회사는 10조 원의 손실을 보지만 직원들의 손해는 4000억 원 수준”이라는 메일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조가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지나치게 노사 갈등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공동교섭단은 이날 “현 시간부로 공동투쟁본부 체제로 전환해 쟁의권 확보 절차에 돌입한다”고 공지했다. 공동교섭단은 5일 라이브 방송을 통해 조정중지 사유 및 쟁의찬반투표를 포함한 쟁의대책 계획을 공표할 예정이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후 재적 조합원 과반수 찬성과 전체 조합원 과반수 참여 요건 충족 시 파업, 부분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할 수 있게 된다. 교섭 재개 여부와 쟁의행위 수위는 노사 협상과 찬반투표 결과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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