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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방울로 알츠하이머 판별…韓서도 혈액진단 판 커진다

FDA 승인받은 로슈진단 ‘일렉시스’

식약처에 허가 신청…연내 상용화

혈장서 원인물질 측정…정확도 98%

피플바이오 ‘알츠온’과 시너지 기대

美선 루미펄스 등 3종 승인 보편화

입력2026-03-04 17:45

수정2026-03-04 23:43

지면 17면
클립아트코리아
클립아트코리아

동네 병원에서 혈액을 뽑아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혈액 기반 최신 검사법이 이르면 연내 국내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 검진기관의 보조적 수단에 머물렀던 치매 혈액 진단 시장이 1·2차 의료기관으로 영역을 넓히며 폭발적인 성장기를 맞이할 것으로 기대된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로슈진단은 지난해 하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일렉시스(Elecsys) pTau181’ 분석 검사에 대한 허가를 신청했다.

일렉시스 pTau181은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에서 인산(p)이 달라붙은 타우 단백질의 일종인 pTau181을 측정한다. 타우 단백질은 전체 치매의 60~70%가량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는 물질이다. 일렉시스 pTau181은 312명 대상의 임상 시험에서 97.9%의 음성 예측도를 달성해 지난해 10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았다. 인지 기능이 떨어졌지만 알츠하이머병까지는 아닌 환자를 약 98%의 정확도로 가려낼 수 있다는 의미다.

엄밀히 한국은 치매 혈액 진단 분야의 불모지가 아니다. 피플바이오가 2018년 세계 최초로 알츠하이머 혈액 진단 키트 ‘알츠온’의 상용화에 성공하며 시장을 개척했다. 알츠온은 혈장 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올리고머화(응집화) 정도를 측정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 위험도를 평가한다. 특히 뇌에 독성 물질이 쌓이기 시작하는 발병 초기 단계의 위험 신호를 포착하는 데 특화돼 있다. 현재 KMI 한국의학연구소, 하나로의료재단 등 주요 대형 건강검진센터에서 스크리닝 목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선 여전히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PET 검사의 경우 회당 100만 원 안팎의 비용이 들고 방사선 노출 부담도 있지만, 혈액으로 치매를 진단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한 탓이다. 뇌척수액 검사는 그보다 저렴하지만, 침습적인 검사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크고 시행 가능 기관도 손에 꼽을 정도라 접근성이 낮았다.

의료계에서는 일렉시스 pTau181 도입이 치매 혈액 진단 시장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츠온이 치매 원인의 약 60~70%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될 위험을 알리는 ‘조기 경보기’ 역할을, 일렉시스는 실제 병의 유무를 판별하는 ‘정밀 레이더’ 역할을 담당하면서 시너지가 클 것이란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동네 병원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손쉽게 가려낼 수 있어, 조기 치료로 연계하기도 수월해진다.

미국에선 일렉시스의 pTau181를 포함해 일본 바이오 기업 후지레비오가 개발한 ‘루미펄스(Lumipulse)’까지 지난해에 알츠하이머 혈액 진단 기기 2종이 FDA 허가를 받았다. 루미펄스는 혈액에서 인산화 타우 217(pTau217)과 아밀로이드베타42 단백질의 비율을 측정해 알츠하이머병 가능성을 판정한다.

이처럼 혈액 진단 기술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치매 인구 급증과 치매 원인 조절 치료제(DMT)의 등장이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치매 환자는 5700만 명이며, 2050년까지 3배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12월 국내에 도입된 ‘레켐비’는 한해 약값만 3000만 원에 달하지만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늦출 뿐, 기억력 자체를 좋아지게 하진 못해 한계가 명확하다. 초기에 치료를 시작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상국 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인지 기능 저하의 증상이 크게 나타나지 않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서는 생물학적 바이오마커의 유용성이 높다”며 “학계에선 이미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검사가 향후 PET 검사를 넘어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에서 중점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혈액 검사가 급여권에 도입되면 1차 진료 기관에서 인지 저하 환자를 보다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선별하는 조기 진단 흐름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치매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신속한 허가와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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