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공공기관 이전, 정치에 휘둘리면 또 ‘반쪽 짜리’ 전락
입력2026-03-06 00:01
지면 31면
정부가 추진하는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올해 안에 대상 기관과 지역을 확정하고 내년부터는 이전에 돌입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5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수도권 잔류를 최소화하면서 ‘나눠먹기식’ 분산 배치는 지양할 것”이라며 지역별 특화 산업과의 연계 방안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2차 이전은 수도권 1극 체제를 완화하고 인구와 일자리·자본 분산 등을 통해 지역 성장 엔진을 다극화하는 구조 개혁의 일환”이라며 1차 이전 때의 문제점도 살펴보겠다고 했다. 정부는 2차 이전에서는 대상 예외 기준을 최소화해 이전의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 시작된 1차 이전은 실효성 등에서 문제가 적지 않았다. 10여년에 걸쳐 총 10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국에 10개의 혁신도시를 조성해 153개의 공공기관을 이전시켰다. 하지만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 배분에 정주 여건과 인프라 확충이 부족해 인구 유입 등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수도권에서 출퇴근하거나 주말에 수도권으로 돌아오는 ‘주말 공동화’ 현상도 이전 효과를 반감시켰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초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수도권 전세 통근버스 운행 중단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2차 이전이 ‘반쪽짜리 이전’에 그친 1차 때의 패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철저히 국토 균형 발전과 실효성에 기반해 기관과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2차 이전이 표심용 도구나 정치적 거래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해양수산부와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계기로 여당 의원들이 수협중앙회의 전남 이전, 농협중앙회와 마사회의 전북 이전을 주장하면서 관련 법안까지 발의한 것은 우려스럽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은 이 대통령의 핵심 국정 과제다. ‘5극 3특’ 구축을 통해 국가 균형 발전을 달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이 ‘정치 외풍’에 휘말리면 공공·민간기업 이전을 통한 지역 활성화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당정청은 1차 이전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지방선거와의 연계 유혹을 끊어내고 오직 국익과 효율성 차원에서 2차 이전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