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DC법 전력 특례 두고…과기부-기후부 불협화음
직거래 허용·영향평가 면제 등
과기부, 관련 법 병합안 마련에
기후부 “전력안정·형평성 우려”
“인허가 권한 밥그릇싸움” 비판도
입력2026-03-06 17:46
수정2026-03-06 22:23
지면 3면
정부의 인공지능(AI) 3강 도약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AI 데이터센터(AI DC) 법안이 부처 간 갈등으로 공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전력직거래(PPA) 허용 등 과감한 특례를 추진하고 있지만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업종 간 형평성과 전력 시스템 불안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6일 국회에 따르면 과기부는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발의된 AI DC 관련 법안 6건을 통합한 병합안(특별법)을 마련했다.
병합안에는 건축·소방·환경·전력 등 여러 기관에 분산된 인허가 절차를 과기부가 일괄 처리하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다. 또 일정 기간 내 거부 통지가 없으면 승인된 것으로 간주하는 ‘타임아웃제’, AI DC 핵심 장치인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지원과 전문 인력 양성 등 종합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업계가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전력 특례다. 비수도권에 한해 전력직접거래(PPA)를 허용하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AI DC 사업자들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분산에너지활성화법에서도 PPA를 허용하고 있지만 적용 구역이 제한돼 있고 재생에너지에만 한정돼 있다.
나연묵 단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PPA는 향후 국내에 건설될 아마존과 SK의 1기가와트(GW) 이상 규모 AI DC의 전력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전력 비용을 크게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DC로 전환하거나 기존 AI DC 규모를 크게 확대할 경우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는 내용도 담겼다. 통상 AI DC 건설에는 약 3년이 소요되는데 전력계통영향평가는 길게는 2년 가까이 걸리기도 해 AI 인프라 확충의 병목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여야가 법안의 신속한 처리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병합안은 이르면 조만간 열릴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논의된 뒤 전체회의 상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부처 간 이견이다. AI 정책을 총괄하는 과기부는 글로벌 AI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후부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후부는 특정 업종에만 PPA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조치이며 AI DC에 이를 허용할 경우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부 관계자는 “AI DC에 특례를 부여하면 전력 사용량이 많은 반도체·제철 등 다른 산업에서도 유사한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부는 전력계통영향평가 일부 면제에 대해서도 AI DC가 들어선 지역의 전력 시스템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유럽·일본 등 주요국은 이미 AI DC를 대상으로 PPA 등 다양한 전력 특례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처 간 갈등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AI 3강’ 전략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전력 거래와 각종 전력 영향 평가 권한은 기후부가 관할하고 있는데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부 권한과 관련 예산이 과기부 등으로 이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은 2030년까지 50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전력 공급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도 비수도권 전력 과잉 지역을 적극 활용해 AI DC와 인근 발전소 간 직접 전력 거래 허용 등 패키지 지원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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