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성 경고’ 폭증, 급등락 방어책 마련을
입력2026-03-09 00:05
지면 31면
국내 주식시장이 중동발 리스크에 휘말려 유례없는 변동성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 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4거래일(3월 3~6일)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발동된 변동성완화장치(VI)가 6600건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1600건이 넘는 수치로 연초보다 5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VI는 종목 주가가 급변하면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하는 냉각장치 역할을 한다. 시가총액이 4600조 원에 달하는 코스피 시장이 하루에 10% 안팎의 등락을 반복한다는 것은 시장 불안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해외 전문가도 한국 증시는 강심장이 아니면 투자하기 힘들다고 지적할 정도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이다. 증권사의 신용융자거래, 이른바 ‘빚투’ 잔액이 33조 원을 돌파했고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닷새 만에 1조 3000억 원 늘어 40조 원을 넘어섰다. 막대한 유동성이 급변동장 속 단기 차익을 겨냥해 증시에 몰리는 형세로 일종의 ‘주식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입)’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증시와 환율 변동성에 대비해 100조 원 규모의 금융 안정 프로그램 가동을 지시했으나 효과는 미지수다. 현재 코스피는 5500선을 오르내리는 중인데 과거 1600선 시절에 구축한 10조 원의 증시안정펀드나 단기 자금 수혈 방식으로는 확 커진 덩치를 지탱하기 쉽지 않다. 증시 외형이 확대된 만큼 변동성에 대비할 방파제를 더 두텁게 쌓야야 한다.
국내 증시는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친화 정책 등에 힘입어 정상화 길에 들어섰고 지금보다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단기 차익만 좇는 ‘유동성의 유혹’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돼 고유가가 물가를 자극하고 기업 실적을 짓누르면 증시 조정 압박도 커질 게 뻔하다. 정부가 시장을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위험 신호만은 정확하게 발신할 필요가 있다.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방파제를 더 든든히 쌓고 시장 교란 행위 감시도 강화해야 한다. 투자자들 역시 변동성에 기댄 ‘한 방’ 노림수보다는 분할 매매와 장기 투자라는 원칙을 깊이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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