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 ‘공급 불가항력’…도미노 쇼크 차단해야
입력2026-03-09 00:05
지면 31면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여천NCC가 고객사에 제품 공급이 어려울 수 있다며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통보했다. 이란 전쟁으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서 원료인 나프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에틸렌 생산 중단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침체와 중국의 과잉생산으로 이미 악전고투하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가동률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보다 큰 문제는 석유화학산업의 위기가 산업 전반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에틸렌 생산 차질은 플라스틱·합성섬유 등의 생산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뿐 아니라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 용제, 세정제, 식각용 가스 등 유기화합물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 전쟁 장기화 조짐 속에 쿠웨이트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원유 감산 선언까지 겹치면서 국제유가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6일 12.21% 오른 배럴당 90.90달러에 거래되는 등 지난주에만 35.63% 급등하며 1983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나프타 가격도 지난달 27일 톤당 590달러에서 이달 3일 737달러로 약 25% 급등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가격 상승보다 공급 차질이 더 큰 난제가 될 수 있다. 정유업계·석유화학업계는 공급 불안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 단기간에 중동 의존도를 낮추기는 쉽지 않겠지만 원유와 나프타의 대체 공급선을 확보하려는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
국제유가의 급등이 국내 산업 전반으로의 충격으로 확산되기 전에 주춤해진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필요한 대응을 늦추다가는 충격의 전이 속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경우 경제성장률이 0.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위기에 직면한 석유화학산업은 단순한 설비 감축을 넘어 생산·공급 구조 재편이라는 당초 목표에 맞춰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가동률 하락을 이유로 기업 간 이해 충돌과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발목이 잡힌다면 더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 정부도 기업들의 자율 구조조정만을 마냥 기다리지만 말고 산업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보다 분명한 구조조정 방향을 적극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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