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세력 마음대로 못 한다”…李 메시지의 행간
<100>‘책임과 권력’
당내 검찰개혁 강경론에 사실상 경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운다” 지적
우상호·김남준이 전한 ‘이재명 개혁론’
“선거 유불리보다 국가미래·국민편익”
李 “대통령, 제일 큰 책임은 국민통합”
입력2026-03-09 08:36
수정2026-03-09 09:52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집권세력이 되었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도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발언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당정이 조율 끝에 마련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 정부안을 두고 당내 강경파가 “검찰청 이름만 바꾼 것”이라며 공개 반발하자 이 대통령이 직접 사실상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대통령의 메시지는 원론적인 수준의 ‘책임 정치’를 주문한 것 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의례적인 발언이 아니라 검찰개혁 강경론을 향한 분명한 경고이자, 집권 이후에는 야당 시절과 다른 방식의 정치를 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통치 철학을 드러낸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시 말해 이 대통령이 ‘집권세력’을 콕 짚어 지적한 것은 정부와 야당의 대립이 아니라, 집권 진영 내부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반목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이 직접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을 뿐, 최근 정부안을 강하게 비판한 당내 강경파를 향해 집권당의 책임을 환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우상호 “검찰개혁, 대통령실 기준은 ‘국민 눈높이’”
이 같은 상황을 두고 6·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단수 후보로 확정된 우상호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최근 펴낸 책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 전 수석은 저서 ‘대통령 이재명과의 동행’*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과거에도 개혁은 방향과 범위를 두고 생각의 차이가 엄청나게 컸다. 여기에 ‘실용’이나 ‘합리적’이라는 전제가 붙으면 개혁의 방향이나 속도를 둘러싸고 각 진영 내부에서도 논란이 커진다… 검찰 개혁이나 사법 개혁 역시 축약해 보면 ‘실용’에 대한 인식 차이로 볼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또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정치권 해석 경쟁을 언급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검찰 개혁의 방향에서는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속도였는데 그 기준이 서로 달랐다. 대통령실의 기준은 ‘국민 눈높이’였다” 우 전 수석은 당내 강경파의 반발을 예언이라도 하듯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있었습니다. 아래는 같은 책의 일부 입니다.
“당에서 결정을 왜 그렇게 했대요?”
(…중략…)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해석’이 분분했다. 정치에서 이런 식의 ‘해석’을 둘러싼 문제는 어렵고 불편한 경우가 많다. 메시지의 취지와 맥락을 다시 강조하다 보면 논란은 꼬리에 꼬를 문다. (…중략…)이럴 때는 말보다 사태 해결의 지점을 정확히 짚은 것이 필요하다. 검찰 개혁에 대한 방향에서는 대통령실과 민주당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문제는 속도였는데, 그 기준이 서로 달랐다. 대통령실의 기준은 ‘국민 눈높이’였다. <우상호, 대통령 이재명과의 동행. p56~57.)
중수청 법안, 애초부터 당청 간 이견
실제 중수청·공소청 법안은 애초부터 당청 간 의견 차가 적지 않았습니다. 앞서 중수청배치를 두고 갈등이 첨예해지자 이 대통령은 당의 뜻대로 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로 두는 대신 후속 법안은 정부가 마련하기로 정리를 했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두 차례 의원총회를 거쳐 정부의 수정법안을 당론 채택하기로 했고, 정부는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확정했습니다. 그러나 당내 강경파들은 여전히 공소청장 명칭을 ‘검찰총장’으로 유지한 점, 특별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완전히 없애지 않은 점 등을 두고 “결국 검찰 권한을 우회 보존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SNS에 7차례나 반대 글을 올리며 “검찰청법이 공소청법으로 타이틀만 바뀌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법사위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도 “전건 송치와 보완수사권이 모두 인정되면 지금의 검찰보다 더 강력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19일께 국회 본회의에서 중수청·공소청법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지만 법안 처리 직전까지 당내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7차례 반대글 올린 추미애·강경론 쏟아내는 김용민
이 대통령은 어떤 입장일까요. 검찰개혁이 민주당의 숙원과 같은 상징성이 큰 과제라 하더라도 수사 공백, 권한 중첩, 부처 간 충돌, 국민 불편 같은 현실적 문제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월 21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검찰개혁의 핵심은 권력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구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앞서 우 전 수석의 책의 내용을 인용한 것과 같이 ‘국민 눈높이’ 기준으로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이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또 주목해야 할 대목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입지나 선거에서의 유불리가 국가의 미래나 국민의 편익에 앞설 수는 없는 것”이라는 부분입니다. 이 문장은 이번 갈등의 배경에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을 정면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 검찰개혁은 단순한 입법 과제를 넘어 지지층의 정체성과 직결된 상징 이슈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누가 더 강하게 검찰개혁을 외치느냐가 곧 개혁성의 척도처럼 소비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예비주자들 입장에서는 강성 지지층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결국 검찰개혁을 둘러싼 경쟁이 정책의 정합성보다 정치적 선명성 경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법사위원장 추미애 의원은 경기지사에 출마한 상황입니다. 김용민 의원도 초선 시절부터 강경파로 적지 않은 팬덤입지를 구축해온 대표적인 정치인입니다.
이 대통령이 굳이 “선거에서의 유불리”를 언급한 것은 이런 흐름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즉 특정 세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혁 의제를 자기 정치의 무대로 활용하는 것을 타켓으로 삼았다는 해석입니다.
“선거 유불리보다 국민”…李 대통령의 개혁론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 검찰개혁은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 국가 사법 시스템을 새로 짜는 일입니다. 당내 정치적 입지를 위해 경쟁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순간 개혁의 취지는 흐려지고, 결국 국민에게는 또 다른 권력투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SNS에 고스란히 담긴 셈입니다.
이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며 그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김남준 전 대변인의 책 <쉬운 정치, 김남준>에서도 김 전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기준을 “주권자에게 설명할 수 있고, 주권자가 이해할 수 있으며, 주권자에게 책임이 귀속되는 상태” 즉 ‘국민’이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이 SNS게시글에서 “아무리 잘 포장하고 숨겨도 집단지성체로 진화한 국민대중을 속일 수는 없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검찰 개혁 역시 ‘국민’을 기준으로 봐야지 지지층만을 보고 강성발언으로 입지를 다져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김남준 “주권자에게 설명·이해·책임 귀속돼야”
9일 새벽에도 이 대통령은 SNS에 사법부 개혁과 관련해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검찰 개혁이든, 노동·경제 개혁이든, 언론개혁이든, 법원개혁이든 그 무슨 개혁이든 그래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라고 분명히 했습니다.
지금은 중동 정세 불안, 유가 문제, 민생경제 부담 등 대외·대내 변수도 적지 않은 시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내부가 검찰개혁 문제를 놓고 공개 충돌을 이어가는 모습은 국정 동력 관리 차원에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李 대통령 “대통령의 제일 큰 책임…국민통합”
이번 메시지가 단순한 검찰개혁 논란에 대한 대응으로만도 보이지 않습니다. 집권 초 당·청 관계의 원칙을 세우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더 많습니다. 이 대통령이 국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당내 강경론을 무조건 따라가지 않겠다는 뜻, 필요할 경우에는 여당을 향해서도 공개적으로 절제를 요구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검찰개혁이라는 의제를 둘러싼 이번 당·청 긴장은 그래서 더 주목됩니다. 강한 주장과 선명한 구호로 밀어붙일 것인지, 아니면 통합과 조정, 책임을 앞세운 실용정치로 수렴할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어서입니다. 갈림길에 서 있는 이 대통령은 “대통령의 제일 큰 책임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입니다. 늘 말씀 드리는 것처럼 대통령이 되기까지는 한쪽을 대표하지만, 대통령이 된 순간부터 국민 전체를 대표해야 합니다”라고 방향성을 분명하게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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