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빼돌린 삼성 前직원, 특허협상 전략까지 NPE에 넘겼다
檢, 삼성전자 특허기밀 유출 수사결과 발표
삼성 前직원 2명·NPE 대표 등 4명 기소
내부정보 이용해 3000만달러 계약 체결
“귀중한 정보니 500만달러” 내부공모 정황도
입력2026-03-09 17:55
지면 8면
삼성전자(005930)의 내부 특허 기밀을 유출하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전직 삼성전자 직원과 유출된 정보를 통해 수백억 원의 계약을 따낸 특허관리전문회사(NPE) 대표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보 유출 과정에서 또 다른 삼성전자 직원과 NPE 소속 변리사 등이 공모한 점을 확인해 이들도 추가로 기소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박경택 부장검사)는 9일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삼성전자 IP센터 수석 엔지니어 A 씨와 미국 NPE 회사 대표 B 씨 등 2명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누설 등) 및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범행에 가담한 전 삼성전자 직원 C 씨, NPE 직원 등 개인 3명과 법인 1곳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21년 4~6월 B 씨로부터 “삼성전자에 특허를 매도할 수 있도록 내부 정보를 제공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두 차례에 걸쳐 100만 달러(약 15억 원)를 수수했다. 이후 A 씨는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삼성전자의 특허 분석 자료와 협상 대응 전략 등을 B 씨에게 전달했다. B 씨는 불법 취득한 삼성전자 특허 분석 자료를 기반으로 협상 전략을 세우고 거래의 불확실성을 줄여 결국 삼성전자와 3000만 달러(약 450억 원) 규모의 특허 계약까지 체결했다.
검찰은 해당 자료에 대해 “포커 게임에서 상대방이 어떠한 패를 갖고 있는지 알고 베팅하는 것과 비견될 정도로 결정적 정보”라고 강조했다.
정보 유출 과정에서 내부 공모 정황도 발견됐다. A 씨와 함께 IP센터에 근무하던 C 씨는 특허 기밀이 외부로 유출될 것을 인지했음에도 관련 정보를 전달했다. 심지어 A 씨에게 사내 메신저로 “귀중한 정보니 B 씨에게 500만 달러를 요구하라”는 조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자료 유출을 넘어 삼성전자 재직 중 몰래 별도의 NPE 회사를 설립해 특허 수익화 사업까지 추진했다. 범행이 꼬리를 밟히기 시작한 때도 100만 달러를 뒷돈으로 받은 사실을 감추기 위해 회사에 “자녀가 유학하는 학교로부터 반환받은 돈”이라고 주장하며 위조한 입금확인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번 수사는 삼성전자가 2025년 4월 A 씨를 배임 수재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e메일과 계좌 추적 등을 통해 금품 수수 사실과 내부 자료 유출 정황을 확인했다.
최근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NPE의 공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2024년 미국에서 발생한 국내 기업 관련 특허 소송 가운데 NPE가 제기한 소송 비중은 80%를 넘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이 NPE의 주요 표적이 된 가운데 내부자의 정보 유출까지 결합될 경우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박경택 부장검사는 “이번 사건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내부 직원이 NPE를 직접 차리는 식으로 범행이 반복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 씨가 대표로 있는 NPE 측은 “추가 기소된 NPE 측 임직원들은 전 삼성전자 직원이 NPE 대표에게 전달한 자료를 특허 취득이나 라이선스 협상 과정에서 사용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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