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오일쇼크가 들춰낸 ‘모래성 증시’의 민낯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빚투족’·단타매매로 변동성 장세 극심

주식 장기보유자 혜택 줘 가치투자 유도

정책 대응 나서 자원배분 효율 높여야

입력2026-03-09 18:10

수정2026-03-09 23:48

지면 30면
유혜미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최근 촉발된 중동 전쟁의 여파로 오일쇼크와 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세계경제를 덮치고 있고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외부 충격이 한국 경제에 던지는 화두는 단순히 경기 침체의 위험성만이 아니다. 지난주 역대 최대 일일 하락률을 경신하며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여준 한국 주식시장의 취약한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란 사태 발발 이후인 이달 4일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12.1% 하락한 반면 일본과 대만 주가지수 하락률은 각각 3.6%와 4.4%에 그쳤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오히려 0.5% 올랐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코스피 5000’ 목표 아래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권한을 확대하는 등 강력한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특수로 인한 반도체 호황과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이 맞물리며 시중 자금이 증시로 대폭 유입됐다. 이달 5일 주식 매수 대기 자금인 고객 예탁금은 130조 원,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은 370조 원으로 현 정부 출범 9개월 만에 각각 116%와 86% 급증했다. 그 결과 올해 1월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로 5000 선을 넘어선 데 이어 2월 말 6000 선마저 돌파했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성과와 달리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주식시장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봤을 때 개인투자자 비중과 거래 회전율이 높아 단기 투자 성향이 강하고 주가수익률의 변동성도 높다. 그런데 지난해 말 이후 주식 손바뀜은 더욱 빨라졌고 지난주 증시에서 보듯이 주식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또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역대 최대치를 나날이 경신하며 현 정부 출범 이후 무려 82% 상승했다. 이렇게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 없이 단기간에 끌어올린 지수는 외부 충격에 일시에 무너져내리는 모래성임이 명확해졌다.

한국 자산시장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무엇보다 그동안 부동산이 주식보다 안전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부동산의 가격 변동성이 주식보다 훨씬 낮다. 두 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같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은 주식과 달리 생활에 필수적인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점이 있다. 또 부동산 침체기마다 등장한 정부의 시장 안정화 대책은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자극하며 부동산 가격의 폭락을 막아왔다.

그러나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는 시중 자금의 부동산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중 자금이 증시로 유입돼 자본시장이 활성화되면 기업의 혁신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이 수월해지고 부동산으로 향하던 금융기관의 신용 공급도 기업 대출로 방향을 틀게 된다. 이는 생산성이 낮은 부동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원을 재배분해 경제성장을 촉진한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은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여전히 단기 매매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는 가운데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 없이 상승장에 뒤처질까 두려워(포모 증후군) 주식 투자에 뛰어들거나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족’이 많아지면 극심한 변동성 장세에서 ‘벼락거지’를 양산할 위험이 크다. 자칫 ‘부동산 망국’을 피하려다 ‘주식 망국’을 초래할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현재 반도체 등 일부 수출 업종만 초강세를 나타내고 내수 산업은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분별한 주식 투자 독려는 특정 업종에 자본 쏠림을 더욱 심화시켜 해당 업종에 악재가 발생할 때 증시가 폭락하는 등 증시 변동성을 더 키운다.

궁극적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은 주식시장의 체질 개선과 자원 배분의 효율화에 맞춰져야 한다. 주식 장기 보유자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장기·가치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빚투’로 인한 시스템 리스크를 막기 위해 주식 신용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과열이 지속될 경우 거시 건전성 규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수출 활황 업종에 몰린 자본이 얼어붙은 내수 산업과 벤처기업으로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정교한 정책 대응이 절실하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