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낮은 카드 묻자 “이해 못해”…오류 잦은 금융사 AI
은행·카드사 AI 상담 써보니
단순 업무는 처리하지만 긴 질문엔 취약
KTX 카드 묻자 ‘KT 카드’ 추천하기도
입력2026-03-10 05:30
수정2026-03-10 18:56
은행과 카드사가 인공지능(AI) 챗봇과 콜봇 등 상담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실제 상담 정확도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 조회나 실적 확인 같은 단순 문의는 처리하지만 카드·대출 상품 추천이나 가입 조건과 같은 복잡한 질문에는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10일 주요 금융사 상담 사례를 종합하면 AI 콜봇과 챗봇은 단순 키워드 기반 문의에는 비교적 정확하게 대응했지만 질문이 조금만 복잡해져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신한카드 챗봇에 “KTX 할인 혜택이 있는 카드를 추천해 달라”고 묻자 “통신 요금 관련 혜택을 드리는 카드를 모아봤다”며 ‘KT 가족만족 DC 신한카드’ 링크를 안내했다. 이어 “대중교통 캐시백 혜택이 가장 큰 카드를 추천해 달라”고 질문하자 이번에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신청 고객을 위한 카드’를 추천했다.
고객센터 전화로 연결되는 AI 상담사에게 문의해도 결국 실제 상담사를 연결하거나, 홈페이지에서 직접 관련 내용을 찾아봐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신한카드 AI 상담사에게 현재 사용 중인 신용카드 혜택을 정리해달라고 묻자 별다른 설명 대신 카드사 홈페이지 링크를 안내했다. 농협은행 AI 상담사 역시 예적금 금리 비교나 자동이체 설정 방법을 묻자 상담사 연결 단계로 넘어갔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탑재된 AI 챗봇에서도 오류 사례가 확인됐다. 우리은행 AI 대출 상담원에게 ‘우리WON전세대출’ 신청 조건을 묻자 챗봇은 생애최초주택 구매자 요건을 설명했다. 이에 “전세대출은 생애최초 구매자만 가입 가능한 것이냐”고 묻자 AI 상담원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우리WON전세대출 신청 조건에는 해당 내용이 없다.
상품 추천 기능도 제한적이었다. KB국민은행 챗봇에 “금리가 가장 높은 적금을 알려달라”고 묻자 챗봇은 최고 금리 상품을 특정하지 않고 주요 적금 상품들을 안내했다. 우리카드 챗봇 역시 연회비가 낮은 카드를 추천해달라는 질문에 다시 설명해달라고 응답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별로 적용되는 우대금리 조건이 서로 달라 최고 금리 상품을 단정적으로 제시하기보다는 적금 상품 전반의 정보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챗봇은 ‘연봉 6000만 원, 신용점수 870이면 대출이 얼마나 나오나’ 등 긴 질문에도 “신용대출 한도는 3억 원이지만, 부채 상태 등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는 등 자세히 안내했다. 다만 전세대출 보증 한도 등 정책에 따라 변동되는 사안은 정확도가 떨어졌다.
AI 상담 서비스의 낮은 정확도는 이용자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딜로이트가 지난해 1월 미국 은행 고객 20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는 단순 업무라도 AI 챗봇보다 인간 상담원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챗봇 이용 목적은 기술적 문제 해결(60%), 계좌 조회(53%), 카드 대금 결제(29%) 등 단순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현재 AI 상담 서비스가 단순 문의 처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AI 상담은 정해진 키워드나 시나리오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아 복잡한 상품 문의까지 대응하기는 어려운 단계”라며 “단순 업무는 AI가 처리하고 인간 상담사는 복잡한 상담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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