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만에 상황 달라졌다”…靑, 중동發 충격에 ‘추경’ 시사
■중동 상황 비상경제점검회의
최고가격제 금주 내 시행 추진
“고시 제정 등 절차 신속 집행”
“필요 재원 크게 늘어…진지한 추경 논의”
우선구매권 언급…호르무즈 대체 공급선 확보 총력
입력2026-03-10 07:00
정부가 중동 사태로 급등한 국제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주 안에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소비자 직접 지원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열고 “정부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비상한 각오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에너지 수급과 가계 불안 상황이 엄중한 만큼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중동 상황에 따른 실물경제 영향 점검 및 범부처 대응 방안’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 안정화 방안’을 각각 보고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 상황 점검 및 대응 방안’을 보고한 후 참석자들은 심도 있는 토론을 진행했다.
“최고가격제, 금주 시행되도록 절차 진행”
먼저 이 대통령이 앞서 지시한 석유 최고가격제는 이번주 내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정부는 정유사나 주유소가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며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 예측 가능성 확보를 위해 최고가격제의 구체적 시행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부에서 석유사업법에 근거하여 이번 주 내로 최고가격제가 시행될 수 있도록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최고가격제 세부 내용은 산업부에서 별도로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고가격제는 정부가 일정 기간 석유제품 판매 가격의 상한선을 정해 가격 급등을 제한하는 제도다. 김 실장은 가격 기준에 대해 “기본적으로 2주 주기로 설계하려고 한다”며 “첫 번째 최고 가격은 지금 시중에서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경,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
추경 편성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고가격제 시행 등을 검토하면서 추가 재원 확보가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연초 문화예술계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추경을 하게 된다면”이라는 전제를 통해 예산 확보 가능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청와대가 공식 브리핑에서 추경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실장은 “예상치 못한 재원 소요가 갑자기 생겼다”며 “이번 충격에 경제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재정 투입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를 포함해 올해 경제 전망이 괜찮았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며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 이미 일어났고 조기에 수습되지 않으면 경제 전망을 새로 해야 할 수도 있어 진지한 (추경)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정해진 재정 한도 내에서는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 어려울 만큼 열흘 사이 필요한 재원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필요 재원 규모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은 “당장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았지만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마련된 100조 원+α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에도 추가 재원 필요성이 제기된다. 에너지 수급 안정과 소비자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응 과정에서도 재정 부담은 커질 수 있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 폭 확대와 함께 유류 소비자에 대한 직접 지원 방안 또한 검토 중이다.
‘우선구매권’ 카드도…공급선 확보 ‘총력’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원유 ‘우선구매권’도 활용할 방침이다. 김 실장은 “산유국과 공동으로 비축 중인 약 2000만 배럴의 물량도 우선구매권을 행사하면 인수할 수 있다”며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 물량을 국내로 돌리고 호르무즈해협을 경유하지 않는 대체 공급선 확보에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 수급에 대해서는 “올해 도입 예정 물량 가운데 중동 비중이 약 14%”라며 “카타르산 물량 500만 톤 정도는 차질 가능성이 있지만 가스공사 등이 대체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수급 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장기화를 전제로 “(정유사에 대한) 수출통제도 고민을 해야한다”며 수급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대체 공급선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 등에선 미국·호주 등이 거론된다. 이 대통령도 “호르무즈해협을 경유하지 않는 대체 공급선을 신속하게 발굴하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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