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직 KDI 원장 “경기부양용 재정 정책 신중해야…2030년엔 마이너스 성장”
장기 성장률 하락세…작년 0.9%
반복된 총수요부양책 효과 제한적
미·이란 전쟁發 여파 가늠 어려워
입력2026-03-10 15:18
수정2026-03-10 23:38
지면 10면
김세직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이 경기 부양만을 위한 재정정책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최근 중동 사태 등으로 취약 계층의 부담이 커질 경우 재정 지원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0일 KDI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대한 입장과 추경 예상 규모를 묻는 질문에 “금융·금리를 통한 총수요 부양 정책은 더 조심할 필요가 있고 경기 부양만을 위한 재정정책 역시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추경 규모는 아직 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김 원장은 이날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률이 5년마다 1%포인트씩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2025년 장기 성장률은 0.9%로 이미 0%대에 진입했고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는 -0.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9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세에 접어드는 이른바 ‘피크 코리아(Peak Korea)’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이어 그간 정부들이 성장 둔화에 대응해 총수요 부양 정책을 반복해 왔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원장은 “건설 경기 부양, 저금리 정책, 대출 규제 완화 등 총수요 부양 정책이 이어졌지만 장기 성장률 하락을 막지 못했다”며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와 아파트 가격 급등 등 부작용을 낳은 ‘가짜 성장’ 정책이 됐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김 원장은 2014년 4억 원이었던 아파트값이 2021년 10억 원으로 폭등했고 GDP 대비 가계부채는 135%로 세계 1위를 찍었다고 꼬집었다.
김 원장은 한국 경제가 경기 부양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혁신 기반 성장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혁신이 핵심 동력이 돼야 한다”며 전 국민 아이디어 등록제와 아이디어 재산권 보호 제도, 조세·보조금 인센티브 도입 등을 제안했다.
다만 확장재정정책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김 원장은 “경제성장을 위해 재정정책이 필요할 수는 있다”며 “장기 성장률 회복 과정에서 취약 계층이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질 경우 진통 완화적 의미에서 예산을 쓰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가 한국 경제성장률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원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올해 연간 성장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누구도 가늠하기 어렵다”며 “전쟁이 얼마나 확산되고 장기화할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KDI는 현재 유가 변화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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