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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원 미만 SOC 예타 생략…인구감소 지역엔 5%P 가점

■ 27년만에 완화…지역 활성화

89개 시군구 경제성 비중 낮추고

균형평가 가중치 높여 ‘인센티브’

지역 중소규모 사업 탄력받을 듯

‘균형성장 효과’ 정성평가도 도입

일각선 “선심성 공약 남발” 우려

입력2026-03-10 16:24

수정2026-03-10 23:36

지면 5면
임기근(왼쪽 세번째)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10일 열린 ‘제3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근(왼쪽 세번째) 기획예산처 장관 직무대행 차관이 10일 열린 ‘제3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월부터 1000억 원 미만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면제된다. 1999년 제도 도입 이후 유지해 온 500억 원이라는 예타 기준을 27년 만에 상향해 지역 밀착형 중소 규모 사업을 확대한다는 취지다. 인구 감소 지역 89개 시·군·구의 SOC 사업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비중을 낮추는 대신 지역 균형 평가 가중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인구가 적은 지방 지역은 경제성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인프라 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라도 일단 추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다는 의미다. 다만 재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선거 때마다 선심용 SOC 공약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획예산처는 10일 ‘제3차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예비타당성조사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우선 SOC 예타 대상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예타는 대규모 재정 사업을 추진할 때 경제성 효과 등을 평가해 사업성이 떨어지는 SOC를 걸러내는 제도다. 하지만 그동안 기준이 엄격해 소규모 사업의 추진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도로와 철도·항만 등 SOC 사업은 총사업비 500억 원과 국비 300억 원을 넘으면 반드시 예타를 거쳐야 했다.

건설비 상승으로 SOC 사업 규모가 커지면서 제도의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점도 반영했다. 실제 최근 5년간(2020~2024년) 예타를 신청한 SOC 사업의 연평균 사업비는 9874억 원으로 15년 전(2005~2009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정부는 6월부터 예타 대상 기준을 총사업비 1000억 원, 국비 500억 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최근 10년 전체 SOC 예타 대상 사업 158건 중 1000억 원 미만 사업은 17건(10.8%)이었다. 포항 영일만항 국제여객부두 축조 공사, 흑산도항 건설 사업, 김포한강시네폴리스 일반산단 진입 도로, 소래포구항 건설 공사, 서산 군비행장 민항 시설 설치 사업, 중산간도로 확장 건설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이들과 유사한 사업은 예타 대신 주무 부처의 타당성 검토만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지역 균형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장치도 함께 도입했다. 지역균형발전법상 인구감소지역의 사업에 대해서는 경제성 평가 가중치를 5%포인트 낮추고 지역 균형 평가 가중치를 5%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대상 지역은 수도권의 경기 가평·연천, 인천 강화·옹진 등 4곳과 강원 고성, 충북 제천, 전북 고창, 경북 고령 등 비수도권 85곳을 포함해 총 89개 시·군·구다.

또 SOC와 건축 등 모든 건설 산업에 대해 지역 성장 기여도를 평가하는 항목도 새로 도입된다. 기존 균형 발전 효과 평가가 정량 평가에만 치우쳐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지역의 특수성과 문화 자원, 미래 성장 잠재력 등을 반영한 ‘균형 성장 효과’ 정성 평가도 내년부터 도입된다. 일정 기준 이상을 받은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 우선 선정이나 국무회의 의결을 통한 예타 면제 혜택을 부여할 예정이다.

김명중 기획처 재정투자심의관은 “그동안 예비타당성조사 평가에서 비수도권과 수도권 내 특수성에 대한 고려가 불충분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이번 제도 개편으로 지역 특수성과 미래 성장 잠재력을 평가에 반영해 문화와 관광, 사업 인프라 등 다양한 유형의 사업을 보다 정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의제 실현을 뒷받침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평가 체계도 개편한다. 기존에 정책 효과 평가 항목이 SOC 사업 중심으로 설정돼 사회·문화·산업 분야 등 특성을 반영하기 어려운 점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사업별 특성을 고려해 경제·사회·환경 등 다양한 파급효과에 ‘사업 맞춤형’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맞춰 정보화 사업은 비용 효과 분석 중심으로 바꾸고 예타 기간도 8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한다.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노후화에 따른 단순 대체 사업은 예타 면제 규정을 신설한다. 교통 사업의 분석 기간, 공사비 단가 기준 등 경제성 분석 기준은 정밀화할 계획이다.

반면 재정 방만 현상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출신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지금도 국비로 SOC 사업에 예산을 대다 보니 방만 사업이 지나치게 많은 상황인데 예타 기준까지 무너지면 더 시급한 사업에 써야 할 돈이 낭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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