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 인하 10%가 한계…더 내리면 R&D 타격”
제약업계 “전체 매출 3.6조 줄어”
신약개발 재투자 선순환 구조 붕괴
정부에 약가 정책 전면 재검토 제안
입력2026-03-10 16:49
수정2026-03-10 18:05
지면 16면
제약 업계가 정부의 급격한 약가 인하 정책이 국내 산업 생태계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특히 중동 사태로 인한 유가와 환율, 원자재 가격, 물류 운임이 동시에 치솟는 이른바 ‘4중고’로 원가 부담이 한계치에 다다른 상황에서 대규모 약가 인하까지 강행될 경우 미래 성장 동력인 연구개발(R&D)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반대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7개 단체로 구성된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 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0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약가 인하 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정부·산업계 간 공동 연구를 공식 제안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편안의 핵심은 신규 복제약(제네릭)의 약가 산정 비율을 기존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이다. 비대위는 이 안이 시행될 경우 산업계 전체 매출이 연간 최대 3조 6000억 원 규모로 감소할 것이라고 집계했다. 노연홍 비대위원장은 “현재 국내 상장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이 5%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10% 이상의 약가 인하는 산업계가 감내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보험 재정의 어려움을 감안해 뼈를 깎는 고통을 분담하더라도 10%가 마지노선”이라고 주장했다.
매출 타격은 미래 성장 동력인 R&D 투자 급감으로 직결된다는 것이 비대위 측의 주장이다. 비대위 분석에 따르면 정부안대로 약가가 인하될 경우 연간 3조 원 이상의 매출이 감소하게 된다. 이는 국산 전문 의약품 매출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에 재투자하는 산업 선순환 구조의 단절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최근 글로벌 성과를 내기 시작한 K-신약의 파이프라인과 개발 능력 자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분석이다.
최근의 대외 경제 여건 악화도 업계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비대위 측은 “원료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제 유가와 환율이 폭증해 생산 원가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고 강조했다. 원료 의약품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상황에서 원가 부담까지 폭증하고 있어 약값마저 인하되면 기업들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비대위는 정부에 세 가지 핵심 의제를 바탕으로 한 민·관 공동 연구 착수를 제안했다. 연구 주제는 △국산 전문의약품 중심의 약가 인하 정책이 국민 건강과 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 분석 △의약품판촉영업자(CSO) 증가와 수수료 문제 등 유통 구조 실태 점검 △‘제약·바이오 5대 강국’ 도약을 위한 지속 가능한 산업 전략 마련 등이다.
노 위원장은 “정부가 산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1년 이내에 객관적인 연구 결과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행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며 “일방적인 시행 일정을 강행하는 속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방향과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이번 제안과 함께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제약기업 임직원 약업계 종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서명 운동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