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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發 VLCC 발주 폭증…조선업 슈퍼사이클 판 커진다

석달간 88척 계약…1년치 물량 육박

우회항로에 수요 늘고 운송비 증가

노후선박 교체 맞물려 구조적 호황

삼성중공업, 원유 운반선 3척 수주

입력2026-03-10 17:50

수정2026-03-10 19:02

지면 3면

최근 석 달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발주가 역대급 규모로 폭증하며 조선 업계의 슈퍼사이클이 위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노후 유조선들의 교체 시점과 맞물려 장기 수요가 뒷받침되는 가운데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지정학적 위기 역시 선주들의 투자 결정을 앞당기면서 신규 발주를 더욱 늘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10일 글로벌 선박 데이터 업체 베셀스밸류와 선박 중개 업체 어피니티시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VLCC 신조 계약은 88건에 달했다. 총발주액은 104억 달러(약 15조 3000억 원)에 이른다. VLCC 연간 발주가 100척을 넘긴 해는 1969년(110척)과 1971년(102척),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103척) 세 차례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과 석 달 만에 호황기 1년 치에 육박하는 물량이 쏟아진 셈이다.

VLCC 발주 붐은 그간 높은 선가 탓에 관망세를 유지하던 선주들이 향후 수익 전망이 확실해지자 공격적인 투자로 선회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현재 유조선 발주 속도는 경이적”이라며 “상당한 추가 물량도 이미 의향서(LOI)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신규 발주세는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급변하면서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봉쇄 위기에 처하면서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항로를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운송 거리가 수천㎞ 늘어나면서 동일한 양의 원유를 수송하는 데 더 많은 선박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형 유조선 공급 부족 심화와 중동 이슈가 맞물린 가운데 장기 용선 계약 수요와 신형 선박 발주가 한국·중국·일본 조선소로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전 세계 VLCC 수주 잔량에서 중국 헝리조선이 69척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한화오션(042660)이 35척으로 2위를 기록 중이다. 국가별 수주 잔량은 중국 156척, 한국 49척, 일본 12척 순이다.

업계에서는 중동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VLCC 발주 붐이 단기 과열로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발주된 선박들은 대부분 2029년 인도될 예정인데 이는 2006년 전후 건조된 선박들이 취역 20년을 맞아 교체돼야 하는 시점과 겹친다. 노후 선박 폐선과 제재 선박 퇴출로 선복량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때문에 대규모 발주에도 불구하고 대형 유조선 공급과잉 우려가 낮다는 의미다.

영국 선박 중개 기관인 깁슨의 댄 기포드 신조 담당은 “노후 선대 교체는 현재 선주들 사이에서 신조 발주의 핵심 동력으로 논의되고 있다”면서 “최근 한국의 대형 조선소들이 2029년 인도분 계약 활동을 매우 활발히 진행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조선 업계에 수주 낭보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이날 버뮤다 지역 선사로부터 원유 운반선 3척을 4001억 원에 수주했다고 공시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계약으로 올해 누적 수주 실적이 총 11척, 21억 달러로 연간 수주 목표인 139억 달러의 15%를 달성했다. 한화오션도 올 상반기 중 글로벌 탱커 선사 DHT 홀딩스에 총 4척의 VLCC를 인도할 예정인 가운데 1월 첫 번째 선박에 이어 약 두 달 만인 6일 두 번째 선박 인도를 완료했다.

한편 VLCC 발주 급증은 미국의 고율 관세 등에 상당한 피해를 입은 철강 업계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유조선 건조 물량 증가는 핵심 자재인 후판 수요 확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조선 업계가 후판의 경우 가격이 싼 중국산 물량을 늘리다 최근에는 미국 측 제재와 정부의 조선·철강 협력 강화 주문에 국내 철강업체의 후판 사용에 적극적인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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