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10년 뒤 LNG 운반 국적선 ‘0’…정부, 국적선사 70% 의무 법제화 추진

現 적취율 LNG 34%·원유 49%

해외선사 거부 땐 운송길 막혀

국적 선사와 계약은 갈수록 줄어

정책지원 통해 에너지 안보 강화

“적취율 100%까지 높여야” 지적

입력2026-03-11 05:30

수정2026-03-11 05:30

지면 3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국내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내 LNG 저장탱크 모습.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국내 최대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저장능력을 갖추고 있는 인천 연수구 송도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내 LNG 저장탱크 모습. 연합뉴스

호르무즈해협 봉쇄 등 지정학적 긴장이 빈발하면서 정부가 액화천연가스(LNG), 원유 등 핵심 에너지의 최소 70%를 국적 선사가 실어 나르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해양수산부는 10일 핵심 에너지의 국적 선사 적취율 상향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적취율은 수출입 화물 중 우리 국적의 선박이 실어 나른 화물의 비중을 뜻하는 물류 안보의 핵심 지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적취율이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 국가들과 비교해 상당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2024년 기준 LNG와 원유의 적취율은 각각 34.5%, 48.9%에 불과하다. LNG의 경우 특성상 장기 보관이 어렵고 국내 전력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에너지원인데도 3분의 2가량을 해외 선박에 맡겨둔 셈이다. 해외 선사들은 운임이 저렴한 ‘판매자 운송 부담(DES)’ 계약으로 국내 화주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DES 계약이 전쟁과 같은 극단적 상황에서 해외 선사가 국내 운송을 거부하는 면책 조항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 선사가 ‘불가항력’을 선언하면 에너지 안보에 구멍이 생기는 구조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내 화주가 ‘구매자 운송 부담(FOB)’ 계약으로 국적 선사를 이용하면 항만 시설 사용료를 감면하고 금융 및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행 법인세 감면 외에 신규 세제 지원을 추가해 국적 선사 이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는 특히 핵심 에너지 관련 선사와 선박 등의 해외 매각 방지 대책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할 경우 ‘에너지 운송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사태에 “에너지 물류=국가 안보” 위기감↑

정부가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핵심 에너지의 적취율 상향을 추진하고 나선 배경에는 에너지 물류가 곧 국가 안보라는 절박한 위기감이 자리잡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이란 간 전쟁까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에너지 문제를 더 이상 민간 자율에만 맡길 수 없게 됐다는 의미다.

국내 해운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0일 “코로나19 당시 해운 선사들이 한국을 패싱할 때 국적 선사들이 수출에 숨통을 열어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며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만큼 더욱 강력한 국내 선사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나라 핵심 에너지의 적취율은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기준 LNG 적취율은 34.5%로 전년(38.2%) 대비 3.7% 포인트 감소했다. 총수입 물량인 8685만 9000톤 가운데 국적 선사로 실어 나른 물량은 2995만 4000톤에 불과했다. LNG 적취율은 2020년 52.8%를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민간이 수입을 주도하는 원유도 수입의 절반 이상을 외국 선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적취율은 2020년 이후 등락하다가 2024년 전년(50.1%) 대비 1.2%포인트 내린 48.9%를 기록했다. 총 1억 44274만 4000톤의 수입 물량 중 7065만 2000톤만 국내 선박이 운송한 것이다. 이란 전쟁 발발 이후 현재 중동산 원유를 실어 한국으로 오기로 예정돼 있는 선박 11척 중 국적 선사는 2척에 불과하다.

정부는 특히 LNG 적취율의 급격한 하락에 주목하고 있다. 국적 선사들이 단시일 내에 대규모 선대를 확보하기 어렵고 업황 사이클을 타는 해운업의 특성상 순식간에 해외 의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LNG의 약 80%를 수입하는 한국가스공사가 ‘구매자 운송 부담(FOB)’으로 계약을 맺은 국내 선박은 지난해 기준 13척이다. 이 물량은 2029년에는 4척으로 줄고 2037년에는 0척까지 내려앉는다. 10년 뒤에는 가스공사의 LNG 수입 물량 전체를 외국 선사를 통해서만 들여올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 가스공사는 지난해부터 운임이 상대적으로 싼 ‘판매자 운송 부담(DES)’ 위주로 카타르 등 ‘큰손’과 수십 년 규모 장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 선사 운송 거부 시 국가 마비 우려

문제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같은 비상 상황에서 외국 선사가 LNG·원유 등의 국내 수송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용선 계약서를 작성하면 전쟁 등 비상 상황에서 운송을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다”며 “외국 선사의 경우 이를 적극 발동할 수 있어 가급적 국적 선사 중심으로 핵심 에너지를 운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중동 분쟁만 봐도 국적 선박 3척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진 않았지만 전쟁 위험 지역으로 선포된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원유를 가져오고 있는 반면 외국 선사들은 우리나라로 향하는 원유를 아직까지 싣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LNG는 적취율 감소가 전력 생산에도 치명타를 줄 수 있다. LNG 발전량은 16만 7205GWh로 전체 발전량(59만 5568GWh)의 약 30%를 담당한다. 해외 선사들이 전쟁 등을 이유로 국내 운송을 거부한다면 전기요금 인상을 비롯해 최악의 경우 국가 셧다운까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통과하는 유조선. 로이터연합뉴스

정부가 핵심 에너지 적취율의 목표를 70%를 넘어 100%로 잡아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양 부회장은 “중국은 핵심 에너지의 100%를 자국 선사로 운송하고 있고 일본도 그 비중이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한국만 70%라는 절대적 숫자에 갇힐 이유가 없다”며 “경제 논리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원칙적으로는 핵심 에너지의 100%를 국내 선사가 운송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현재 부재한 핵심 에너지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해 관련 선사 해외 매각 방지까지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의 운송 전략을 총체적으로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LNG·원유 등의 적취율이 상승하면 장기 운송 계약이 늘면서 국내 해운 업계의 운송 수요 확대 효과도 기대된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올 연말 완료되는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입법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보조금 지급 같은 재정 지원은 재정경제부와 추가 논의를 거쳐 다양한 대책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