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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악몽에도 SK, 자사주 전량 소각

2003~2004년 헤지펀드 소버린 경영권 분쟁 시달려

입력2026-03-11 05:30

지면 1면
SK서린빌딩
SK서린빌딩

헤지펀드 소버린은 2003년 3~4월 1768억 원을 투자해 SK㈜ 지분 14.99%를 확보했다. 이후 소버린은 SK그룹에 최태원 회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다. 최 회장은 2004년 3월 SK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 끝에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소버린은 2005년 7월 경영 참여 포기 선언과 함께 싼값에 사들였던 SK 주식을 고가에 매각하면서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소버린은 2년 4개월 만에 주식 매각과 배당 등을 통해 총 8500억 원 가량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소버린 사태를 겪었던 최 회장이 지배력 약화 우려에도 지주사 SK의 자기주식(자사주) 사실상 전량 소각 결정을 내리자 재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시 백기사에게 매각해 우호적인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어 ‘잠재적 방어막’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까지 16조 원 넘는 자사주를 소각하고 SK(034730)그룹 지주사인 SK㈜도 내년 1월까지 5조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다. 두 기업 모두 보유 중인 자사주를 대부분 소각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주주가치 제고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에 힘이 실린다. 지난달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뼈대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두산(000150)을 시작으로 자사주를 대량 보유한 기업의 소각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10일 사업보고서 공시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보유 중인 자사주 1억 543만 주 중 약 82.5%에 해당하는 8700만 주를 올 상반기 내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각 물량은 이날 종가 기준(18만 7900원) 16조 5300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3조 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한 데 이어 나머지 물량도 소각 방침을 정했는데 이를 상반기까지 이행하기로 한 셈이다. 자사주 처분 규모는 그간 삼성전자의 주가 급등으로 대폭 커졌다.

SK도 이날 이사회를 열고 5조 1000억 원에 이르는 ‘자기주식 보유 처분 계획’을 의결했다. SK는 보유 중인 자기주식 1798만 2486주 중 328만 8098주(18%)를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제외한 1469만 4388주(82%)는 내년 1월까지 소각해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주사의 자사주 소각으로는 최대다. 임직원 보상을 위한 자사주 처분은 2029년 3월까지 마무리한다.

SK가 소각할 자사주는 이사회 전일 종가 기준(보통주 32만 9000원, 우선주 23만 7500원) 4조 8343억 원에 달하며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하면 5조 1575억 원에 해당한다. 소각 대상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매입한 자사주뿐 아니라 과거 지주사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발생한 ‘특정 목적 취득’ 자사주를 포함한다. SK는 2015년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SK C&C(SK AX)와 합병한 바 있다.

SK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수차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것이 전체 주주의 최대 이익에 부합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최적의 방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상법 개정으로 특정 목적 취득 자사주 소각이 이사회 결의로 가능해진 상황에서 ‘주주가치 제고’라는 개정 취지를 적극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현재 SK 발행주식 총수(7306만 8838주)의 24.6%에 달하는 자사주 비율이 ‘0%’로 떨어지게 됐다. 20.1%의 자사주는 소각하고 4.5%는 임직원 보상으로 처리하면서다. 소각이 완료되면 발행주식 수가 5837만 4450주로 줄어들면서 주당 가치는 높아지게 된다.

다만 최태원 SK 회장은 주요한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를 포기하게 돼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 또다시 시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SK그룹은 2003년 해외 투기자본인 소버린의 위협에 자사주를 우호세력에 매각하며 경영권을 어렵게 지킨 바 있다.

SK 관계자는 “자사주 전량 소각은 투명하고 주주 친화적인 경영을 지속하고 국내 자본시장에 모범적인 선례를 남기겠다는 이사회의 확고한 의지가 담긴 결단”이라며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 신뢰를 강화하고 주주를 최우선에 둔 경영 기조를 이어가면 외부의 경영권 흔들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간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 재편)’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크게 강화한 것도 자사주 전량 소각의 배경이라고 SK 측은 전했다. SK의 별도 재무제표 기준 순차입금은 2024년 말 10조 5000억 원에서 2025년 3분기 8조 4000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86.3%에서 77.4%로 개선됐다.

한편 SK네트웍스도 이날 자사주 중 약 2071만 주를 소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발행주식 총수(약 2억 2000만 주)의 9.4%이자 전날 종가 기준 1000억 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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