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이웃’의 정체가 테러범이었다...FBI도 눈앞에서 놓친 슬리퍼셀에 떠는 서방
하메네이 사망 직후 암호화 통신 포착놓친
미 정부 “잠복요원 활성화 신호 가능성”
‘순교자의 피’ 복수 명시한 파트와도 제기
입력2026-03-11 06:00
수정2026-03-11 08:17
지면 2면
이란 측이 미국 등 서구권 국가에서 위장 중인 ‘잠복조직(sleeper cell)’에 활성화 신호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장기간 지역사회에 동화돼 있다가 지시를 받으면 테러를 감행하는 잠복조직이 움직일 경우 서구권까지 직접적인 공격 범위에 들어가며 전면전 형태로 전쟁이 확산될 전망이다.
9일(현지 시간) ABC뉴스에 따르면 미 정부는 최근 사법당국에 “이란에서 발신된 것으로 추정되는 암호화된 통신을 포착했다”고 경고했다. 미 정부는 이 같은 통신이 이란 외부에 있는 ‘잠복요원’에 보내는 작전 개시 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통신은 지난달 28일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공습으로 사망한 뒤 여러 국가에 걸쳐 전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 내용은 암호화되어 있었고 암호화 키를 가진 수신자에게 전달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네트워크 없이 직접 잠복요원에 지시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미 정부는 경보문에서 “발신국 외부에 배치된 잠복 요원을 활성화하거나 지시를 내리려는 의도일 수 있다”면서도 “특정 위치와 관련된 작전상의 위협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평범한 시민이 어느 날 ‘비행 자격증’을 따더니”…잠복조직이 뭐길래
잠복조직은 특정 국가·단체가 미리 심어놓은 공작원들이 장기간 지역사회와 동화되어 있다가 지시가 떨어지면 테러를 일으키는 소규모 조직을 말한다. 미국에서 거주하던 이들이 비행 훈련을 사전에 받은 뒤 비행기 자폭 테러를 일으킨 2001년 9·11 테러를 기점으로 확산됐다.
당시 알카에다는 영어가 능통하고 서구 생활이 가능한 19명을 선발해 미국에 보냈다. 이 중 4명은 플로리다와 애리조나주 비행학교에서 훈련받고 비행 자격증까지 취득하며 물밑에서 철저하게 테러를 준비했다. 한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이들의 동태가 수상하다고 상부에 보고했지만 테러 직전까지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이처럼 잠복요원들은 평상시 평범한 시민처럼 살아가고 효과적인 공격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과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사전 탐지하기 매우 어렵다. 2015년 프랑스 파리 바타클랑 테러와 2017년 영국 맨체스터 경기장 테러가 대표적인 예시로, 시민권자로 위장한 요원이 불시에 일으킨 테러로 인해 수십 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05년 런던 테러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영국 폭탄 테러범들은 파키스탄·자메이카·소말리아, 에리트레아 등 다양한 국가 출신이었고, 대부분 영국에서 성장했으며, 최소 두 명은 기혼자였으며 어린 자녀가 있었다”면서 “이는 테러리스트 잠복조직을 찾아내는 데 있어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짚기도 했다.
1979년 이후 유럽서 100건 이상 공격 시도…안보당국 ‘삼엄’
안보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잠복조직이 서방에서 보복 공격을 진행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왔다. 크리스 스웨커 전 FBI 부국장은 폭스뉴스에 “만약 헤즈볼라나 하마스 조직이 미국에서 폭력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란의 고위 성직자 아야톨라 나세르 마카렘 시라지는 공습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성전을 촉구하는 파트와(율법학자가 내리는 종교적 해석)을 발표했다.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이 파트와는 모든 무슬림이 ‘순교자의 피’에 대한 복수를 할 의무가 있다고 선언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주요 가해자로 규정됐다. 신정국가인 이란에서 파트와는 큰 권위를 지닌다.
체계적인 테러는 아니지만 이란에 동조한 총격 사건도 잇달았다. 이달 1일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이란 국기 셔츠를 입은 세네갈 국적의 남성이 총격전을 벌여 3명이 사망했고, 3일에는 캐나다 토론토의 한 유대교 회당에서 총탄 자국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미국 대사관 건물 앞에서도 폭발이 일어났다. 역사적으로도 이란의 극단주의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표현돼 왔다. 역사학자 하이코 하이니쉬에 따르면 1979년 이후 유럽에서는 이란과 관련해 100건 이상의 공격 시도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기자회견에서 잠복조직의 공격 가능성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에 대한 매우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가도 잠복조직 활동에 대비 중이다. 영국 육군 공수특전단(SAS)도 테러 공격을 경계하기 위해 런던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달 5일 카타르는 간첩 혐의 등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된 조직원 10명을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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