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순상환 전환…기업대출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
■한은 ‘2월 금융시장 동향’
대기업 중심 5.2조 급증
회사채 4.1조 순상환 대조
입력2026-03-11 12:00
수정2026-03-11 16:22
지난달 국내 기업들의 은행 대출이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채권 발행 부담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자금 조달을 옮기는 ‘자금 환승’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권 기업대출 잔액은 1379조 2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9조 6000억 원 증가했다. 1월 증가폭(5조 7000억 원)보다 4조 원가량 확대된 규모이자 지난해 4월(14조 4000억 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대기업 대출이 증가세를 주도했다. 대기업 대출은 1월 3조 4000억 원에서 2월 5조 2000억 원으로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도 같은 기간 2조 3000억 원에서 4조 3000억 원으로 증가 폭이 확대됐다. 한은은행권의 대출 확대 전략과 설 명절 관련 운전자금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채권 발행 등 직접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은 위축되는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29조6692억 원에 그친 반면 상환액은 30조5975억 원에 달해 9283억 원의 순상환이 발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발행은 16.9% 줄고 상환은 20.7% 늘었다.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도 1월 10조1000억 원 순발행에서 2월 1000억 원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만기 도래 물량이 많은 가운데 금리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미루고 단기 부채를 상환한 영향이다.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이동하는 배경에는 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 여파 등으로 시장 금리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채권 발행을 부담스러워해 발행을 이연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금리가 높았던 3년 전 발행 물량이 대부분인 만큼 고금리로 재발행하기보다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 금융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계산도 작용하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면서 채권 투자 수요가 약해진 점도 발행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변동성이 큰 국면에서는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시장 전반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계대출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3000억 원 감소해 1월(-1조1000억 원)보다 감소 폭이 크게 줄었다. 주택담보대출이 연말 주택 거래 증가와 신학기 이사 수요 영향으로 4000억 원 증가로 돌아섰지만 기타대출이 명절 상여금 유입 영향으로 7000억 원 감소하며 이를 상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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