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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시장 삼중고에 조달 막혀…대기업도 은행 문 두드린다

■기업대출 급증…금리 변동성 확대에 돈맥경화 우려

증시로 돈 몰려 기관들 채권 외면

수요예측 흥행해도 가산금리 껑충

3년물 3.997%로 올라 2년來 최고

대기업마저 은행 빚 내 회사채 상환

“자칫 신용 리스크로 전이될 수도”

입력2026-03-11 16:44

수정2026-03-11 20:34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나오고 있다. 뉴스1

기업들이 은행 대출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는 최근 채권시장 약세로 자금 조달이 더 어려워진 탓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 가운데 미국·이란 전쟁 등 여파로 국고채 금리가 치솟고 있고 여기에 더해 최근 머니무브 현상에 따라 기관투자가들마저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면서 3중고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1일까지 회사채 발행 금액은 29조 669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조 7052억 원)보다 16.9% 줄었다. 발행 물량이 줄면서 회사채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순상환 기조를 보이고 있다.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채권을 새로 발행한 액수보다 만기가 돼 갚은 상환액이 더 많다는 의미다.

우선 회사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9일 무보증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3.997%까지 치솟아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로는 0.538%포인트 급등했다.

수급 여건 변화도 주요 요인이다. 기업들의 채권 물량을 받아줬던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늘리면서 회사채 수요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A증권사의 한 채권 운용역은 “현 정부의 주식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채권의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며 “여기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규모가 119조 원에 달해 공급과잉 상태여서 기관들이 신규 채권 매수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시장금리에 민감한 회사채보다 금리 협상의 여지가 있는 은행 대출이 매력적 선택지가 됐다”며 “회사채 시장의 매력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마저 회사채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회사채 시장에서 ‘빅 이슈어’로 꼽히는 SK그룹은 지난해 1월과 2월에만 3조 5410억 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조 4350억 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한화(2조 320억 원→1조 5500억 원), LG(2조 9600억 원→6000억 원) 등도 발행 규모가 줄었다.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조달 비용 부담이 상당하다. 올해 들어 회사채 발행에 나선 2차전지 업종 기업들은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크게 웃도는 유효 주문을 받았지만 가산금리는 플러스(+)를 기록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은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책정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결과 2년물과 3년물은 +6bp, 5년물은 +5bp를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3년물과 5년물 각각 +5bp, +24bp에서 목표액을 채웠다.

신용등급 BBB인 SLL중앙은 올해 1월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400억 원 모집에 320억 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미매각이 발생했다.

회사채 시장이 어려워지자 기업들은 국내 은행 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일부 대기업은 해외 은행에서 단기 차입을 일으켜 대응하고 있다. 2월 은행권 기업 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9조 6000억 원 늘어난 1379조 2000억 원에 달했다.

LG전자는 지난달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서 4000억 원의 자금을 대출받기도 했는데 신규 대출 만기는 3개월 미만으로 짧게 설정했다. 이는 올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과 대금 결제 등에 필요한 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회사채 시장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일단 단기 대출을 통해 일부 자금 수요를 충당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회사채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글로벌채권팀장은 “최근 회사채 시장의 유동성 및 매수 여력이 크게 위축된 모습”이라며 “3월 들어 발행 및 거래량이 크게 감소해 국채금리 상승을 시장금리가 제대로 다 반영하지 못했지만 기업어음(CP) 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반 자산유동화증권(ABCP) 금리가 자극을 받는다면 크레디트 스프레드(금리 차)가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 여파로 회사채 경색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과감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 대출은 채권 발행보다 절차가 간단해 급전을 융통하기는 좋지만 대부분 만기가 짧고 은행들이 과도한 담보를 요구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들은 설비투자 등 장기 자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자칫 신용 리스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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