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능 시대 안보·국방
이상국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입력2026-03-11 17:20
이상국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그동안 인간사회와 자연계는 자연발생적으로 출현한 생물 지능체와 자연지능에 의해 유지, 진화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개미 군집과 같은 자연의 지능체(intelligent agent)가 자신이나 집단을 유지 존속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주변환경에 반응·적응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저절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인공지능(AI)의 발전은 이 전통적인 자연지능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챗GPT(언어·음성), DALL-E(시각)에 더해 EVO-2(DNA), RynnBrain(로봇) 등 새로운 파운데이션 모델의 등장은 인간의 지각·인지·운동 능력의 현격한 제고, 새로운 생물체의 손쉬운 제조, 고성능의 휴머노이드 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결과 인간 등 기존 생물지능이 할 수 없었던 물리적·생물학적·사회적 패턴(존재), 다양한 지능의 패턴을 식별하거나 새롭게 생성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사회와 자연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AI에 더해 다른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도 자연지능 중심 시대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요인에는 다량의 정형·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 복잡한 상황과 조건에서 연산할 수 있는 컴퓨팅(클라우드·엣지·연합·양자), 자율로봇·기기(피지컬 AI), 미시와 거시 세계를 연결하는 다양한 통신네트워크(IoT·6세대통신·브레인 네트워크·분자통신)가 포함된다. 또한 생물체의 생성이나 제어를 손쉽게 하는 디지털생물학·합성생물학, 인간·생물체와 기계를 연결 제어하는 뇌공학(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미시세계 활용·관리 기술(MEMS·나노 기술·picotechnology), 인간의 생활과 인지 방식의 변화를 가져올 디지털 가상공간(메타버스),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거시공간(우주·심해)의 탐사능력, 생물체의 지능을 모방한 스마트소재, 진화된 복잡시스템(complex systems)의 모델링·시뮬레이션 기법도 포함된다.
이러한 기술적 요인은 개별 또는 상호융합 과정을 통해 자연지능 시대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구조와 기능의 지능체를 다수 출현시키고 있다. 이 신지능체에는 지능(또는 기능) 증강형 인간·생물체(동·식물 등), 소프트웨어형 지능체(정보수집, 분석 웹봇 crawl4AI, 지능형 사이버 폭탄·비행체), 미시 세계의 마이크로 로봇·나노봇·DNA봇, 거시 세계의 지능형 로봇·자율주행 기기·합성생물학 기반 신형 생물체와 같은 개별 지능체가 포함된다. 다음으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등으로 개별 지능체가 통합된 하이브리드의 지능체가 출현하면서 인간-기계(컴퓨터)·기계-생물·인간-생물·인간-기계-생물 통합 지능체가 등장할 것이다.
이와 함께 자유 무인기·무인함정이 집단·군체를 형성해 특정한 임무나 기능을 수행하는 군집(swarm) 지능체, 다수의 상이한 지능체가 통합돼 하나의 대형 임무를 수행하는 거대 복잡 지능체(멀티 AI 에이전트 시스템·전자동 스마트공장·지능형 전술 무인시스템), 브레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생물 군집 지능체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지능체들은 현실의 미시와 거시 세계, 사이버·메타버스공간에서 전통적인 생물체들이 할 수 없는 다양한 임무와 기능을 수행할 것이다. 예컨대 나노바이오 로봇으로 미시 공간에서 정밀의학을 실현하거나 생물체를 은밀하게 손상할 수 있다. 또는 외교정책 스마트 웹봇은 다량의 비정형 데이터를 정보와 지식으로 실시간 변환하고 추론엔진을 거쳐 구체적인 정책을 제안할 수도 있다. 다종의 무인기, 무인정으로 구성된 전술 협업 시스템은 인간을 대신해 전장환경을 감지/분석해서 최적화된 작전 행동을 자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신지능 시대에는 통용인공지능(AGI)이나 더욱 발전된 지능체의 개발을 필요로 하는 동시에 지능체의 다양성과 행위의 복잡성, 거버넌스·안보공간의 특성 변화로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첫째, 다양한 종류의 신 지능체들은 현실과 가상공간의 개별 또는 교차영역(corss-domain)에서 지능화·자동화·무인화 형식으로 초신속대응(超quick-response)·초정밀(超fine-granularity)·초스케일(cross-scale)의 기능과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임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거나 때로는 이상 행동이나 적대 행동을 차단하기 위한 전영역(all-domain) 감지와 대응 시스템의 구축이 요구될 것이다.
둘째, 신지능시대에는 국가 거버넌스·안보·국방 공간이 더욱 확장되고 세분화되면서 새로운 과제를 낳을 것이다. 미래 거버넌스·안보·국방 공간은 기존의 미시와 거시 세계의 경계를 넘어서 양방향으로 더욱 확대되는 가운데 미시적으로는 나노(바이오)·피코 세계, 거시적으로는 심해와 근우주·심우주 공간에 대한 대응을 요구할 것이다. 이에 더해 기존의 사이버공간을 비롯해 인지·지능·정보·메타버스 공간 등 비물질 영역의 안전 요구도 한층 커질 것이다.
셋째, 향후 6세대 통신·분자통신·브레인·네트워크·양자통신 기술의 발전은 사이버·물리·사회 영역, 미시와 거시 세계의 연결과 통합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국가 거버넌스·안보·국방 사무는 개별 영역·공간 차원의 대응을 넘어 통합적 관점에서 문제를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 영역 거버넌스·안보·국방 시스템 구축을 요구할 전망이다. 이러한 과제에 대한 해결책 제시 여부는 공진화적(coevolution) 측면에서 신지능시대 국가와 사회의 생존을 좌우할 것이다
·고려대 정치외교학 학사·석사
·중국 베이징대 정치학 박사
·미국 UC Berkeley 방문학자
·전 합동참모본부 자문위원
·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국제전략연구실장
·현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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