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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축유·석탄·신재생 3단 방파제…中, 호르무즈 쇼크 피했다

■ 신·구 에너지 믹스로 충격 흡수

美 3.6배 달하는 14억 배럴 비축

중동산 수입 막혀도 6개월은 버텨

화력발전·태양광 등 확대도 한몫

韓·日 증시폭락때 中 -0.7% 선방

LNG 수급·운송비 상승은 리스크

입력2026-03-11 17:43

수정2026-03-11 23:45

지면 2면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지 일주일을 넘기며 전 세계가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위기에 처했지만 중국은 한숨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이 6개월 분량의 전략비축유를 확보하고 석탄·재생에너지 등 구식 에너지원도 놓지 않은 ‘양동작전’ 덕분에 충격을 흡수했다는 분석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일(현지 시간) 세관 자료를 인용해 중국이 1~2월 9693만 톤의 원유를 수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 늘어난 수치다.

중국이 올 들어 원유 수입량을 늘린 것은 중동 긴장 고조와 글로벌 공급 리스크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시임 리 선임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은 올 초 석유·가스 비축량을 축적해왔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원유 수입 규모는 일일 1160만 배럴로 세계 원유 수입의 20%를 차지한다. 미국(12%), 인도(9%), 일본(4%)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중국은 주로 저렴한 러시아산·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데 최근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며 비공식 운송 선단을 활용하고 있다.

제재 대상국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중국은 중동 분쟁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비축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이란이 걸프 지역의 에너지 시설과 해협 통과 선박을 공격하자 중국은 이란 측에 자국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할 것을 압박했다. 그 결과 현재 중국 소유의 일부 유조선만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데이터 제공 업체인 케플러에 따르면 이란·러시아·베네수엘라에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제3국을 거쳐 반입된 수천만 배럴의 원유가 중국 유조선에 실려 있다. 중국의 전략 석유 비축량은 약 14억 배럴로 추정되며 이는 미국 전략비축유(SPR)의 약 3.6배에 달한다. 중동산 원유 수입이 전면 중단되더라도 6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 규모다.

이 같은 비축량은 물가 불안까지 잠재웠다. 맥쿼리그룹의 중국 경제 담당 책임자인 래리 후는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며 완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르더라도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이 추진해온 에너지믹스 전략도 완충제 역할을 했다. 중국은 자국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에너지 안보 기조를 유지하며 석탄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렸다. 석탄 매장량이 풍부한 중국은 지난해 연간 석탄 생산량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잇따라 탄소 제로 정책을 후회하거나 아예 돌아서버리는 동안 중국은 꾸준히 화력발전 등 친환경적이지 않은 전통 에너지를 축적해왔다.

동시에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을 제조하는 방대한 공급망을 갖추고 있고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망을 통해 전력 네트워크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했고 러시아와 에너지 협력도 강화해왔다.

이 같은 중국의 대비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위기가 주식시장에 미친 충격파에 대해 방파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지수는 미국의 ‘장대한 분노’ 작전 시행 직전인 지난달 27일 대비 0.7% 낮아지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한국(10.2%)과 일본(6.5%), 대만(3.8%) 등 중동산 원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의 주식시장이 크게 휘청인 것과 대조된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40%를 중국이 수입해 인도(15%), 한국(12%), 일본(11%)보다 더 많음에도 중국이 받은 피해가 제한적이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에너지 안보 전략이 성과를 거뒀다”고 짚었다.

다만 천연가스는 ‘안전지대’로 보기 어렵다. 중국이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에서 현재 전쟁에 휩쓸린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산 비중은 약 30%를 차지한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중국 역시 천연가스 수급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 중국은 올해 천연가스 생산 추정량이 약 120억 ㎥에 달하는 가스 생산국이지만 올해 수요는 2배 이상인 250억 ㎥로 추정된다. 운송과 발전용에 필요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송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 역시 중국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비공식 운송 선단에 의존하는 중국 정유사들은 물류 교란 시 운임, 보험 비용 상승에 상대적으로 크게 노출된다. 2019년 미국의 중국 해운사 제재,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 등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중동발 대형 유조선 운임은 큰 폭으로 뛰었다. 이번 호르무즈해협 봉쇄 사태에서도 여타 항로 대비 운임 상승 폭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신동주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 과장은 “단기적으로는 전략비축유와 국영 정유사 중심의 공급 체계로 유가 상승 충격을 일정 부분 완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원유 조달 비용이 단순한 가격 상승이 아니라 운송·보험 비용의 급등을 통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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