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재개발 문턱 낮추나…與 “공급확대” 野 “규제완화”
■선거 앞 부동산 입법전쟁
민주, 분양대행 관리감독법 발의
국힘, 가로주택 등 조합요건 완화
재초환 등 제도 개선도 검토 중
국토위 휴업에 법안 통과 미지수
입력2026-03-11 18:07
수정2026-03-11 23:34
지면 8면
6·3 지방선거를 약 80일 앞두고 여야가 부동산 민심을 겨냥한 입법 경쟁에 나서면서 민간 정비사업의 문턱을 낮추는 논의가 국회에서 다시 부상하고 있다. 주택 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여당은 시장 질서 확립에, 야당은 정비사업 활성화에 각각 방점을 찍은 입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는 시장 관리 강화부터 정비사업 규제 완화까지 다양한 부동산 관련 법안이 속속 제출되고 있다. 안태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오피스텔·상가 등 주택 외 건축물의 분양 과정에서 분양 대행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분양 사업자가 해당 건축물 분양 업무를 대행 사업자에게 맡길 때 일정 자격을 갖춘 업체만 지정하고 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허위·과장 광고로 건축물을 분양받도록 유인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부동산 시장에서 오피스텔·상가·생활숙박시설 등 비주택 건축물 분양 대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주거용 건물처럼 허위·과장 광고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제도 손질에 나선 것이다. 특히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때 분양 사업자와 대행 업체 간 책임 전가로 소비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안 의원 측은 법안 취지에 대해 “비주택 건축물 수분양자 보호와 건전한 분양 질서 확립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당은 정비사업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염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이달 3일 제안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은 가로주택 정비사업과 소규모 재개발 사업의 조합 설립 요건을 완화하도록 했다. 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율을 현재 토지 등 소유자의 75% 이상, 토지 면적의 66.7% 이상에서 70% 이상, 50% 이상으로 각각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진입 문턱을 낮춰 사업 속도를 높이고 도심 내 주택 공급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같은 당 김은희 의원도 지난달 26일 도심 정비사업의 녹지 확보 부담을 완화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수도권 과밀 억제권역 내 면적 15만 ㎡ 미만 정비구역에 한해 공원·녹지 확보 기준을 공급 가구 수가 아닌 건축물 연면적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현행 제도는 공급 가구 수가 늘어날수록 확보해야 하는 녹지 면적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이다 보니 사업자가 상대적으로 넓은 평형 위주로 주택을 공급하게 되고 그만큼 전체 공급 물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주목할 점은 정부·여당 내부에서도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 필요성에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공공 주도의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지만 실제 공급의 상당 부분을 민간이 담당하는 만큼 가능한 범위에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국토위 여당 간사인 복기왕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민간 정비사업의 용적률 상향과 관련해 “일반 분양 물량이 증가해 사업성이 개선되고 주택 공급 효과는 장기적으로 시현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동시에 단기간 시장 상승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국회 주도의 공론화를 거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표적인 정비사업 규제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논의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최근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한 국토위 국정감사 결과 보고서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대한 전면 폐지 대신 적용 지역을 제한하거나 부담금 규모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담겼다. 국토부는 이러한 시정 요구 사항에 대한 처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만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선을 위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실제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관련 법안을 심사해야 할 국토교통위원회가 여야 대치로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에 이어 하반기 국회 상임위원회 구성 변경도 예정돼 있어 법안 논의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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