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총리 “탈원전 잘못됐지만 못 되돌려” 뼈아픈 한탄
입력2026-03-12 00:03
수정2026-03-12 00:03
지면 31면
독일이 전 세계적인 원전 르네상스에 동참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과거 탈원전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10일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잘못됐지만 그 결정은 돌이킬 수 없다”고 한탄했다. 해체 중인 원전을 재가동하려면 신규 건설과 맞먹는 비용과 시간이 필요해 원전 복귀가 어렵다고 했다. 다른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이날 과거 탈원전 기조에 대해 “전략적 실수”라고 자성하며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해 대대적 원전 투자를 선언했지만 독일은 여전히 탈원전의 수렁에 빠져 있다. 이미 유럽 각국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에너지 안보를 위해 탈원전 정책을 접고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독일의 뼈아픈 정책 실패는 잘못 끼워진 첫 단추가 어떤 후폭풍을 초래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독일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전력 의존도가 30%에 이르는 원전을 포기했다가 부족한 전력을 체코 등으로부터 수입하는 상황이 됐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였지만 간헐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해 탈탄소 기조와는 상반되게 가스발전소 신설까지 추진 중이다. 이런 사이 산업용 전기요금이 폭등하면서 기업 파산과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 앞으로 독일이 원전 부흥 경쟁에서 탈락할 경우 산업 경쟁력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정책은 국가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인공지능(AI) 혁명 등으로 인해 그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원전은 에너지 주권과 탈탄소화,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독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조합한 합리적 에너지믹스 전략을 촘촘히 다듬어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가 정권과 이념에 따라 흔들린다면 원전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어렵다. 이미 산업 현장에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과속으로 원전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린 상흔이 트라우마처럼 깊다. 정부는 약속한 신규 대형 원전 2기 신설 등을 위해 부지 선정, 방폐장 건설 등 후속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중동 위기를 계기로 공급선 다변화와 비축유 확대, 에너지 자급률 제고 등에도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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