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사회문제”… 1인가구·취약계층 관리가 관건
결핵 환자, 복약지도 연계 시 치료 성공률 95%
시설 미연계 환자는 70% 불과… 재발 위험성 커
전문가 “결핵 관리 핵심, 의료 아닌 사회 안전망”
입력2026-03-12 12:00
수정2026-03-12 15:14
결핵을 단순한 감염병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맞물린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국내 결핵 환자 수는 꾸준히 감소했지만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독거노인·노숙인·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서 환자가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결핵 환자는 1만 7944명으로 2011년 약 5만 명 수준에서 60% 이상 감소했다. 다양한 국가 결핵관리 정책과 잠복결핵 치료 확대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 2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결핵이 현재 전파되는 감염병이라기보다 과거 감염의 영향이 남아 있는 구조적 특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령층에서 결핵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로 잠복결핵의 재활성화를 꼽는다. 과거 결핵 유행 시기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면역력이 약해지는 노년기에 들어서면서 다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결핵 환자의 약 60%는 65세 이상 고령층이다.
여기에 사회적 고립 문제가 더해지면서 결핵 관리의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독거노인이나 노숙인, 외국인 노동자 등은 영양 상태가 좋지 않거나 의료 접근성이 낮아 결핵 발병 위험이 높고 치료 중단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서해숙 서울서북병원 진료부장은 “결핵은 단순히 의료로 해결되는 질병이 아니라 사회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라며 “앞으로 결핵 관리 전략은 1인 가구와 사회적 고립층에 대한 관리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의료 지원만으로 결핵 치료가 끝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결핵 치료 자체는 건강보험 산정특례로 환자 부담이 거의 없지만 간병비·영양관리·비급여 검사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계층 환자 중에는 몇천 원의 비용도 부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부는 취약계층 결핵 환자의 치료를 돕기 위해 ‘결핵안심벨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공공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치료비 지원뿐 아니라 간병, 영양 관리, 병원 간 환자 이송 등을 지원해 치료 중단을 막는 것이 핵심이다.
주거 지원과 복약 관리가 치료 성과를 크게 높인다는 현장 사례도 있다. 서울서북병원에서 치료받은 노숙인 결핵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 퇴원 후 복약 관리와 주거 지원을 제공하는 시설로 연계된 환자의 치료 성공률은 약 95%에 달했다. 반면 별도 지원 없이 지역사회로 복귀한 환자의 치료 성공률은 약 70%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결핵이 단순한 의료 문제가 아니라 주거·복지·돌봄 정책과 연결된 사회 문제임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특히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로 가족 돌봄망이 약화되면서 이러한 취약계층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의 결핵 관리 정책은 국제적으로도 성공적인 편이지만 고령층과 취약계층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며 “결핵안심벨트 같은 사회 안전망을 확대하지 않으면 결핵 감소 속도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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