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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굴뚝’ 떼어낸 부울경…“질적 성장 탈바꿈”

부산, 소멸 위기 딛고 반전 시동

일자리 질·소득밀도높여 경쟁력↑

울산, 공업도시서 ‘AI 수도’ 변신

미래산업·문화 생태계 융합 견인

경남, 생산·무역·소득 줄줄이 개선

도민연금 등 맞춤형 복지도 확대

입력2026-03-12 16:00

‘인구 감소’와 ‘굴뚝 산업’의 그늘에 갇혔던 동남권이 한국 경제 지도의 판을 다시 짜는 ‘질적 대반전’의 최전선에 섰다. 양적 성장을 넘어 경제 구조의 밀도와 주민 삶의 질을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분명한 방향 전환이다. 일자리의 질과 소득 밀도로 새로운 도시 경쟁력을 입증하는 부산, 회색 공업도시에서 첨단 인공지능(AI)과 생태·문화가 융합된 미래도시로 거듭나는 울산, 역대급 경제 지표와 혁신적인 ‘도민연금’을 무기로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 ‘남해안 시대’를 선포한 경남까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꾀하고 있는 부울경 3개 시도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박형준(왼쪽 다섯 번째) 시장과 현지호(〃 네 번째) 화승코퍼레이션 대표가 지난달 4일 화승코퍼레이션 본사에서 부산 실증테크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시
박형준(왼쪽 다섯 번째) 시장과 현지호(〃 네 번째) 화승코퍼레이션 대표가 지난달 4일 화승코퍼레이션 본사에서 부산 실증테크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부산시

부산은 ‘소멸 위기 도시’라는 고정 관념을 벗고 구조적 반전에 시동을 걸었다. 주민등록 인구 감소라는 단편적 지표와 달리 소득과 고용의 질을 보여주는 데이터는 오히려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산시가 민간 신용정보와 공공 행정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청년 고용률과 상용직 비중은 최근 수년간 뚜렷이 개선됐고 전입 청년의 평균 소득은 전출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의 ‘양’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과 소득의 ‘밀도’가 도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실제 부산은 등록 인구 규모와 별개로 광역권을 아우르는 활동 인구를 흡수하며 남부권 경제 허브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청년층 무직 비율은 낮아지고 안정적 급여소득자 비중은 늘어나는 등 고용 구조가 개선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이는 단기·임시 일자리 확대가 아니라 상용직 중심의 고용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장기 거주자의 가계수지 흑자가 전입·전출자보다 높은 점 역시 ‘한번 정착하면 생활이 안정되는 도시’라는 신호로 읽힌다.

산업 구조 전환은 이런 변화를 떠받치는 핵심 배경이다. 미래산업 전환펀드와 창업 자금 확대, 대규모 기업 투자 유치가 맞물리면서 제조 중심 경제의 무게중심은 디지털·친환경·첨단 산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연구개발 거점 확대와 특구 지정 등 정책 기반도 강화되면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는 분석이다. 또 청년층의 경제적 자립 기반이 구조적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부산시 관계자는 “고용의 질, 산업의 방향, 소비의 흐름이 동시에 변하고 있다”며 “부산은 인구 감소라는 외형적 수치에 갇히기보다 경제 구조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도시 경쟁력의 새 좌표를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선적 부두. 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 선적 부두. 사진제공=현대자동차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온 ‘산업수도’ 울산도 회색빛 공업도시라는 인식을 벗고 구조적 대반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 제조업 중심의 양적 팽창을 넘어, 첨단 기술과 생태, 문화가 결합된 질적 성장으로 도시 경쟁력의 새 좌표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산업 체질의 스마트화다. 울산시는 ‘AI 수도’ 도약을 위해 1070억 원 규모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주력 산업 현장에 맞춤형 AI 팩토리를 전면 도입할 계획이다. 독자적인 ‘소버린 AI 집적단지’와 ‘친환경 수중 데이터센터’ 등 핵심 인프라를 구축해 기술 자율성을 높이고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며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및 울산 동구 시가지. 사진제공=울산시
현대중공업 및 울산 동구 시가지. 사진제공=울산시

산업 고도화와 함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정주 환경도 크게 바뀐다.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 개최를 앞둔 울산은 간선도로변 방음벽을 허물고 가로수 특화 거리를 조성하는 등 도심 전체를 정원화하고 있다. 태화강 국가정원과 울산대공원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고 도심 곳곳에 바람길 숲을 넓혀 생태도시의 밀도를 높이는 중이다.

대규모 문화·체육 인프라 확충도 시너지를 더한다. 200석 규모 다목적 공연장 건립, 지자체 최초 프로야구단 ‘울산웨일즈’ 창단 및 KBO 퓨처스리그 참가 추진, 국내 최초 국제 규격 카누 슬라럼센터 조성 등으로 시민의 여가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꿀잼도시’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다.

울산시 관계자는 “울산이 산업수도를 넘어 세계적인 인공지능 수도로 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세계와 동행하는 정원도시이자 시민 모두가 체감하는 국제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정 역량을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경남 거제남부관광단지 조감도. 사진 제공=경남도
경남 거제남부관광단지 조감도. 사진 제공=경남도

경남도는 민선 8기 3년간의 경제 혁신 성과를 토대로 2026년을 ‘남해안 시대’를 여는 원년으로 선포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설 새로운 성장축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경남의 경제 체질 개선은 수치로 입증된다. 2024년 지역내총생산(GRDP)은 151조 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하며 8년 만에 전국 3위를 탈환했다. 무역수지 40개월 연속 흑자, 고용률 63.3%로 역대 최고치 경신, 농가 소득 전국 2위(5400만 원), 총인구 332만 명으로 27년 만의 전국 3위 복귀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개선됐다.

기존 우주항공·방위산업·원자력·조선 등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의 산업 포트폴리오에 더해, 경남도는 경남·전남·부산 등 남해안권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엮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남해안권 중첩 규제 면적은 3783㎢로 행정구역 면적(3333㎢)보다 넓고, 동·서해안 대비 규제 부담이 4~5배에 달해 남해안권 발전 특별법 제정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경남도는 지역이 스스로 전략을 수립·실행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유치 기반을 정비해, 수도권 일극 체제의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각오다.

박완수(왼쪽) 경남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해 9월 29일 경남 남해대교 남해각에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남도
박완수(왼쪽) 경남도지사와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지난해 9월 29일 경남 남해대교 남해각에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남도

경남 도민의 생활 여건 체감도가 민선 8기 출범 이후 비약적으로 높아지며 전국 최상위권으로 올라선 배경에는 경남도민연금, 경남패스, 희망지원금, 경남동행론 등 ‘경남형 복지’의 도입이 있다. 특히 올해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경남도민연금’을 출시하며 민생 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경남도민연금은 가입 신청 시작 사흘 만에 올해 목표 인원 1만 명을 모두 채우며 조기 마감되는 폭발적 호응을 얻었고, 접수 기간 동안 신청자는 10만 2000여 명에 달했다. 이에 경남도는 2만 명을 추가 모집해 올해 전체 가입자를 3만 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박완수 도지사는 “4050 세대는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으면서도 복지 수혜도가 낮은 계층”이라며 “경남형 연금 모델의 성과를 꼼꼼히 분석해 전 국민 소득 공백기 해소를 위한 국가 정책으로 반영되도록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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