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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줄을 서시오”…2억 저렴한 급매물 보러 ‘장사진’

주말에 집 보러 20~30명씩 줄서 대기

서울 아파트 거래 중 15억 이하 85%

서남·강북권 ‘키맞추기’ 장세 이어져

입력2026-03-13 05:38

수정2026-03-13 07:49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산에 올라 시내 풍경을 촬영하고 있다. 뉴스1
한 시민이 서울 중구 남산에 올라 시내 풍경을 촬영하고 있다. 뉴스1

“급매 보러 오신 분이죠? 저 뒤에 줄 서시면 차례로 들어갑니다.”

주말인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사당동 경남아너스빌 단지 1층에 신혼부부와 30·40대로 보이는 20여 명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전용면적 84㎡가 11억 6000만 원에 급매로 나오면서 집을 보러 온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1층이지만 같은 단지 동일면적에 비해 2억~3억 원 저렴하게 나온 데다가 소형 평형인 전용 59㎡ 매물과도 6000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매수자가 몰렸다. 부동산 4곳이 순번을 뽑아서 16팀이 시간대별로 집을 둘러봤다. 지난해 말 결혼한 A 씨는 “매수 의향자가 여럿이라는 얘기는 미리 들었지만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앞두고 서울 아파트 매물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동작구와 관악구 등 3분위(상위 40~60%) 주택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15억 원 이하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11억 원)을 전후한 가격대로 비교적 저렴한데다 고가 주택에 비해 대출 규제가 덜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을 위한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이에 다주택자들이 호가를 낮춰 내놓은 급매물을 매수하기 위해 중개업소의 문이 열리자마자 ‘오픈런’을 하고 퇴근 후에 매물을 확인하러 온 이들로 장사진을 치는 진풍경도 펼쳐지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된 서울 아파트 4776건 중 15억 원 미만은 3929건으로 82.3%를 차지했다. 9억 원 이하가 2482건으로 52.0%를 차지했고 9억 원 초과~15억 원 이하가 1447건으로 30.3%였다.

강남 3구와 용산 등 고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되지 않아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반면 15억 원 미만 아파트가 많은 관악구와 성북구·서대문구 등은 매매가 속속 이뤄지면서 가격 상승 폭이 오히려 커지는 흐름이다. 규제지역이더라도 15억 원 이하 주택은 담보대출을 최대 6억 원까지 받을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매수 경쟁이 뜨겁다.

최근 14억 원에 매물로 나온 동작구 사당동 신동아아파트 전용 59㎡는 다른 매물보다 5000만~7000만 원 정도 저렴한 탓에 매수자가 대거 몰렸다. B 씨는 “이 지역이 리모델링 호재도 있다고 해서 최대한 빨리 집을 보러 왔는데 둘러보고 나오기가 무섭게 문 앞에 다른 부동산 중개사와 손님들이 들어섰다”면서 “실거래가보다 가격이 2억 원 높은 데도 매수 희망자들이 많아서 마음이 조급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급매’가 들어오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다. 서울 종로구 동묘역앞 창신두산아파트는 전용 59㎡ 매물이 최근 실거래가보다 4000만 원 낮은 8억 8000만 원에 올라왔다. 인근 C중개업소 대표는 “물건이 올라오자마자 집을 보러오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틀에 나눠 방문하도록 했는데 첫날 바로 팔려버려 대기자들이 허탈해했다”고 전했다. 사당동 경남아너스빌 인근 D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용 59㎡가 10억 5000만 원에 올라오자마자 바로 계약됐다”며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고 했다.

급매를 잡기 위한 ‘오픈런’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관악구 e편한세상에는 지난달 말께 중개업소가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젊은 신혼부부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E중개업소 대표는 “전용 59㎡ 매물이 12억 8000만 원에 급매로 나오자마자 6팀이 보러왔고 다음 날 바로 계약이 완료됐다”며 “요즘에도 주말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1시간 단위로 예약이 잡혀 있다”고 언급했다.

15억 원 이하 아파트에 매수세가 집중되자 매도자나 부동산 중개업자가 우월한 위치에서 거래를 주도하는 흐름도 포착된다. 30대 이 모 씨는 “퇴근 후 집 보러가겠다고 하니 중개업소에서 그렇게 늦게 올 거면 안 와도 된다고 했다”며 “매수자는 줄 서 있고 어차피 금방 팔릴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지난해까지는 주택시장의 키워드가 양극화였다면 올 들어서는 고가 주택의 가격이 주춤한 사이 15억 원 이하 아파트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키 맞추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20명이 번호표 뽑고 대기 서울 15억 이하 아파트 오픈런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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