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종전 조건으로 배상금 첫 요구…美 수용 가능성은 희박
페제시키안, 재침략 방지도 강조
美 ‘무조건 항복’ 강경 입장 고수
입력2026-03-12 17:50
지면 4면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종전 조건으로 침략 재발을 방지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휴전 제안을 두 차례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이란이지만 막대한 피해에 미국과 마찬가지로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당장 받아들일 확률은 낮지만 경제를 놓고 공방이 오간다는 것 자체는 휴전 가능성을 높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11일(현지 시간)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서 “러시아·파키스탄 지도자들과 회담하면서 지역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한 의지를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과 미국으로 인해 시작된 전쟁을 종식하는 유일한 길은 이란의 불가침 권리를 인정하고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과 이란이 재차 침공당하지 않도록 강력한 국제적 보장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 지도부 인사가 배상금을 종전 조건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지도부 인사 중 전쟁에 비교적 유화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온건파로 꼽힌다.
알자지라통신은 “페제시키안은 이란에서 평화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유일한 목소리”라면서 “그를 제외한 이란 지도부는 유엔과 다른 국가들의 접근 방식에 매우 불만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란 측이 중재자들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란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스라엘이 다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란 공격 첫주에만 113억 달러(약 16조 7000억 원)가량의 비용을 쓰는 등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란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핵 협상 재개 조건으로 배상금을 요구했을 때도 미국 국무부는 “터무니없다”고 평가하며 이를 일축한 바 있다.
다만 이란은 전쟁 전 미국에 미국 기업의 이란 에너지 개발 시장 진출을 제안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휴전 협상 시 경제적 카드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배상금 요구는 이를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