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꿈의 ‘1000단 낸드’ 구현…칩공급 부족·전력난 한번에 잡는다[삼성·엔비디아 낸드 동맹]
강유전체 특허출원 세계 1위 삼성
제품 상용화 위해 후속 연구 돌입
베라루빈만 전세계 낸드 9% 필요
엔비디아, 이례적 R&D 직접 참여
입력2026-03-12 17:56
수정2026-03-13 00:44
지면 3면
삼성전자의 강유전체 낸드플래시 메모리 연구개발(R&D)에 엔비디아가 참여해 인공지능(AI) 신기술 모델을 공동 개발하자 반도체 업계가 양 사의 전략적 협력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만드는 엔비디아가 메모리, 그것도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미래 기술인 강유전체 낸드플래시 연구에 직접 참여한 것이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AI 연산의 핵심이 기존 GPU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낸드플래시를 포함한 메모리칩으로 이동하면서 엔비디아도 단순 수급을 넘어 전략적 파트너와 선제적인 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강유전체 낸드는 1000단까지 쌓을 수 있고 전력 소모를 96%까지 줄일 수 있어 엔비디아를 포함한 빅테크의 최대 난제인 메모리칩 공급난과 AI 데이터센터 전력난을 동시에 해결할 신기술로 주목받는다.
12일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낸드 공급량은 2022년 2138만 7000장으로 정점을 찍은 후 올해 1540만 8000장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8년에도 1761만 장에 그쳐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낸드 품귀 현상이 심해지면서 가격은 올 1분기에만 전 분기 대비 90% 급등했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새 낸드 장치인 ‘추론 맥락 메모리 스토리지(ICMS)’를 도입하기로 해 수요를 더 부추길 예정이다. 여기에 필요한 낸드만 전 세계 수요의 9.3%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AI 반도체 전력난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은 2024년 약 450TWh(테라와트시)에서 올해 550TWh, 2030년에는 2배 수준인 950TWh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됐다. 엔비디아 입장에서 두 문제는 자사 AI 가속기의 공급 차질과 고객사인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는 이들 문제에 대응해 신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일례로 회사는 이달 2일(현지 시간) 실리콘포토닉스(광반도체) 관련 스타트업인 루멘텀홀딩스와 코히어런트에 총 40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를 투자했다. 또 지난해 GPU와 양자칩(QPU)을 결합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연산 인프라인 ‘가속양자연구센터(NVAQC)’를 설립하고 관련 기업들과 협력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삼성전자와의 강유전체 협력 역시 신기술 확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강유전체는 외부 전기장, 쉽게 말해 고전압을 걸지 않아도 양(+)극과 음(-)극이 나뉜 분극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물질이다. 현재 낸드를 포함한 반도체 주재료인 실리콘은 비교적 고전압을 걸어줘야 극이 나뉘고 정보를 구현할 수 있다. 실리콘을 강유전체로 대체하면 필요한 전력이 크게 줄어든다. 전압이 낮아지는 만큼 더 촘촘하게 적층해 공급 용량을 늘릴 수도 있다.
이 같은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강유전체의 복잡한 물질 특성을 분석하고 최적의 소자 구조를 찾아야 한다. 이에 양 사가 기존보다 분석 속도를 1만 배 높일 수 있는 AI 기술을 내놓은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현재 200~300단 수준의 낸드 적층 기술을 가졌고 향후 1000단으로 높이기 위한 핵심 기술로 강유전체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저전력 낸드플래시 메모리용 강유전체 트랜지스터’를 공개하며 AI 스토리지(저장 장치)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제품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지식재산처가 집계한 지난 12년간의 강유전체 소자 특허출원 건수에서 한국·미국·중국·유럽연합·일본 5개국 중 인텔·SK하이닉스·TSMC 등을 제치고 가장 많은 255건(점유율 27.8%)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알렸다. 중국 베이징대 역시 지난달 세계 최소 크기인 1㎚(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강유전체 트랜지스터를 개발해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하며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기술 경쟁의 배경에는 AI 칩 발전에 발맞춰 연산을 보조할 낸드 또한 서둘러 고도화해야 할 필요가 커진 요인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낸드 기반 고대역폭플래시(HBF)도 개발하고 있다.
일주일 만에 또? 엔비디아가 삼성 천안캠퍼스에 자꾸 오는 이유 [반도체백과]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