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돌리는 순간 ‘휙’… 약 탄 음료 먹인 내기 골프 사기단
USB 수신기로 스크린 원격 조작도
‘본전 찾기’ 심리 노려 반복 범행
입력2026-03-13 06:00
음료에 향정신성 약물을 타고 스크린까지 원격 조작하는 이중 수법으로 내기 골프 승부를 조작해 7400만 원을 가로챈 일당 9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12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사기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주범 2명을 구속 송치하고 공범 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일당은 수도권 일대 스크린 골프장을 주무대로 활동했다. 이들은 골프 동호인 모임에 가입해 재력이 있어 보이는 타깃을 물색한 뒤 피해자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해 내기 게임에 끌어들였다. 겉으로는 친목을 빙자한 게임이었지만 판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승부는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핵심 수법은 두 가지였다. 우선 약물을 음료에 타 피해자의 정신을 몽롱하게 한 것이다. 매번 공범 3~4명이 함께 게임에 참여해 한 명이 피해자의 시선을 유인하는 사이 다른 공범이 피해자 음료에 향정신성의약품을 타거나 미리 약물을 넣은 컵으로 바꿔치기했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병원에서 불면증 등을 이유로 처방받은 약물을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승부를 조작하기 위해 스크린 방향을 바꾸기도 했다. 사전에 골프장 컴퓨터에 USB 수신기를 몰래 설치했다. 피해자가 공을 치려고 고개를 뒤로 돌리는 찰나, 리모컨으로 스크린 방향을 바꿔 공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도록 만들었다. 약물로 피해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스크린 조작으로 결과를 뒤집는 방식이었다.
피해자는 게임 도중 무기력함 등 이상 반응을 느꼈다. 평소 실력에 비해 저조한 결과가 반복되자 승부 조작 의심을 품었다. 이후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증거를 모아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명확하게 확인된 피해 금액만 2024년 12월부터 약 3개월간 10차례에 걸쳐 총 7400만 원에 달한다. 경찰은 “내기 도박 특성상 ‘본전 찾기’ 심리를 가지게 되면서 피해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없는지 계속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친목 도모를 빙자한 과도한 내기 스포츠가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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