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듣기

  • 글자 크기

    글자 크기 설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 기사 공유

  • 북마크

  • 다크모드

  • 프린트

네이버 채널구독

다음 채널구독

명색이 ‘금융 중심지’인데...외국銀, 부산지역 대출 2억뿐

부산 내 외은 지점도 감소세

2001년 7곳→2025년 1곳

중심지별 체계적 분업 중요한데

중심지委 대면회의 6년간 2회 그쳐

금융위 주도 전략·정책조정 살려야

입력2026-03-13 05:00

수정2026-03-13 05:00

지면 9면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에 위치한 외국계 기업 입주 공간인 ‘디스페이스’의 입구가 10일 닫혀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에 위치한 외국계 기업 입주 공간인 ‘디스페이스’의 입구가 10일 닫혀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의 꼭대기층인 63층에는 디스페이스(D-Space)라는 사무동이 있다. 부산시가 외국계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10일 BIFC 63층에 올라가 보니 디스페이스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 너머로 로비가 보였는데 안내 직원은 물론이고 입주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을 찾기도 어려웠다. 입구에 있는 입주 기업 현황판에는 12개의 사무 공간이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입주 기업으로 이름이 적힌 곳은 한국씨티은행과 영국계 보험사 UIB손해보험중개(UIB코리아) 2곳 뿐이었다.

디스페이스에 입주한 기관은 3년 단위로 최장 25년간 사무 공간을 무상으로 쓸 수 있다. 하지만 2021~2023년 입주했던 5개 기관이 계약을 조기 해지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미국계 기업 라이나원까지 디스페이스에서 철수했다. 그나마 최근 선박 중개 업체인 클락슨코리아와 해양 금융 특화 자산운용사인 워터라인파트너스가 입주하기로 하면서 공실이 다소 줄어들게 됐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에 위치한 외국계 기업 입주 공간인 ‘디스페이스’에 입주해 있는 기업 현황판. 한국씨티은행과 영국계 보험 컨설팅 업체인 UIB손해보험중개만 들어와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에 위치한 외국계 기업 입주 공간인 ‘디스페이스’에 입주해 있는 기업 현황판. 한국씨티은행과 영국계 보험 컨설팅 업체인 UIB손해보험중개만 들어와 있다.

정부는 2009년 서울과 부산을 금융 중심지로 지정해 각종 세제·인프라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는 “부산이 국제금융 허브로서 매력적이었는지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의 금융 중심지 전략을 수립하는 기관인 부산국제금융진흥원도 “금융 중심지로 조성됐으나 부산의 국제 금융 생태계는 퇴보 중”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 중 하나가 외국 은행 대출금 잔액 추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외국 은행이 부산에 집행한 대출금 잔액은 2억 원에 불과하다. 외국 은행의 대출금 잔액은 2021년 말 800억 원에 달했으나 2022년 말에는 490억 원으로 감소했고 2024년 6월부터는 2억 원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 은행은 부산에서 잇달아 점포를 철수하고 있다. 2001년 7곳에 달했던 부산 지역 내 외국 은행 지점 수는 2020년 3곳으로 줄었고 현재는 1곳에 불과하다. 메트로은행과 야마구치은행이 각각 2021년과 2024년 부산에서 철수했기 때문이다. 현재 부산에 지점을 둔 외국 은행은 중국공상은행이 유일하다.

1315A09 부산
1315A09 부산

전문가들은 금융 중심지 운영 거버넌스부터 손을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금융 중심지가 지역 금융 활성화와 ‘5극 3특’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정책 조정 기능을 맡아야 할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부터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5년 사이 금융중심지추진위 회의는 13건 개최됐다. 그러나 이 중 11건은 서면 회의였고 대면 회의는 2건(2020·2023년 각각 1회)에 그쳤다. 매년 수립하는 금융 중심지 지원 센터 업무 계획과 각종 연구 용역 추진 계획을 서면으로 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의 건수도 줄고 있다. 2020년에는 회의가 4건 개최됐지만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회만 열렸다. 6차 금융 중심지 기본 계획이 발표됐던 2023년에는 3건으로 늘었지만 2024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1건씩만 열리는 데 그쳤다. 2024~2025년 열린 회의도 모두 서면으로 갈음했다. 금융위의 관계자는 “올해는 금융 중심지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어 다시 활발하게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금융위가 중심을 잡고 금융 중심지 추진 전략을 조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전주에서도 제3 금융 중심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위의 조율 기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 주도의 큰 그림이 없다면 금융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피상적인 정치 이슈에 금융 중심지 전략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금융중심지추진위원을 지낸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쉬운 점은 금융 중심지 도시끼리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큰 방향을 정부가 잡아주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315A09 추진위
1315A09 추진위

금융위의 정책 조정 기능을 강조하는 이유는 금융 중심지의 성패가 ‘분업 체계’에 달려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국은 총 11개 권역으로 금융 서비스 클러스터를 나눠 특화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강 교수는 “백오피스나 데이터센터를 토지 가격이 저렴한 지역에 몰아주는 식으로 업종별 분업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별 분업 체계를 꾸릴 때 인접국과의 협력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예를 들어 부산은 일본과 해양 금융에서 공동 권역을 만드는 식으로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전주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해 자산운용·에너지·벤처금융에서 경쟁력을 꾀할 수 있다”고 전했다.

부산 내에서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해양 금융 전문 기관 신설이 그 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나 카자흐스탄의 아스타나의 금융특구 사례를 참고해 영미법 기반의 금융 법제를 운영하는 국제금융특구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두 특구는 2060년대 중반까지 법인·소득세를 면제하는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 단위에서 국제금융 경쟁력 강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다음
이전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