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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 없는 지역 통합

입력2026-03-12 22:27

지면 30면

“며칠을 밤새우며 행정통합특별법을 준비했는데….”

대전·충남 행정통합특별법 제정에 관여했던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특별법이 결국 2월 임시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사실상 좌초되자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정부가 약속했던 4년간 20조 원 정부 재정 지원과 공공기관 이전 우선권 등을 받지 못하게 돼서다.

국회의원 다수도 겉으로는 통합 무산으로 지역 발전 기회를 놓쳤다며 상대를 비판한다.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의 반대 입장 고수를 탓한다. 국민의힘은 “사법 시스템 파괴 악법은 일방 강행 처리하면서 행정통합만 야당과 시도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무리하지 말라는 이재명 대통령 주장에 어떤 설득력이 있느냐”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의원들을 만나보면 통합에 진심인지 의아할 때가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방송에 나와서는 목표했던 시기를 놓쳤지만 지금이라도 특별법을 처리하자고 촉구한다. 뒤에서는 ‘이미 통합은 물 건너갔다’거나 ‘통합 무산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예전부터 지방선거 출마를 꿈꾸며 기존 지역을 다졌던 후보자들의 경우 행정통합이 이뤄지면 그만큼 당선 가능성이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막대한 정부 재정 투입이 부담됐는데 되레 잘됐다는 의견이 있다. 여러 특례를 받지 못하게 된 것을 야당 잘못으로 돌리고 야권 내 갈등 유발로 충분히 효과를 봤다는 반응도 있다. 한 민주당 의원은 “20조 원을 재정력이 약한 지방정부에 주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하다. 중앙에서 그 지역이 오래도록 먹고살게 할 산업 체계를 만들어주는 게 더 낫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6·3 지방선거 전 행정통합은 광주·전남에 한해서만 이뤄졌고 오늘도 국회에서 행정통합은 상대를 공격하는 구호로 소모되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구·경북 통합법의 즉각 처리를 요구한다”며 “강원·전북·부산·제주 등 4대 특별법도 3월 임시회 내 원샷 처리를 제안한다”고 했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내부 정리를 먼저 하라”며 “민주당에 책임을 전가한다”고 맞받았다. 정치인들이 맘에 없는 통합만 내세우는 사이 지역 분권과 균형발전이라는 통합의 본질적 목표는 계속 멀어지고 있다.

강도림 정치부 기자
강도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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