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살아남으려면 “중국인이에요” 외쳐라...불타는 호르무즈 해협 뚫는 방법 보니
입력2026-03-13 00:11
수정2026-03-13 00:18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가운데 해협을 통과하려는 글로벌 유조선들이 중국 선박으로 위장하거나 자동식별장치(AIS)를 끄는 방식으로 이란의 표적을 피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 중 이란·러시아와 무관한 선박은 단 두 척에 불과했다.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 ‘시노오션’호는 UAE에서 화물을 실은 뒤 해협을 건너는 내내 AIS 정보란에 ‘중국인 선주·전원 중국인 선원’이라는 문구를 송출했다.
지난 4일에도 벌크선 ‘아이언 메이든’호가 중국 소속임을 알리는 신호를 내보낸 뒤 봉쇄 해역을 빠져나갔다. 전쟁 첫날인 지난달 28일에는 연료 탱크선 ‘보가지치’호가 해협 통과 중 ‘AIS에 무슬림 선박 튀르키예’라고 입력한 뒤 안전 구역에 진입하고 나서야 원래 이름으로 되돌렸다.
또 다른 라이베리아 선적 ‘선롱’호는 인도로 향하는 도중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마지막 위치 신호를 끊었다가 11일 뭄바이 항에 도착했다. 힌두스탄 타임스는 “위험 구간에서 발각되지 않기 위해 AIS를 껐음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중국 선박이 실제로 해협을 통과한 사례도 확인됐다. 12일 선박위치정보 사이트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인도계 페이퍼컴퍼니 소유 선박 ‘스카이웨이브’호가 11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이 선박은 이란 카르그 섬에서 원유를 선적한 제재 연계 선박으로, 해협 통과 직후 AIS 신호를 차단했다.
업계에서는 이란과 중국 사이에 물밑 협상이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LNG 선박의 안전 항행을 위해 이란과 협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라마니 파즈리 주중 이란대사도 “호르무즈 해협 통행은 규제되겠지만, 이는 해협 폐쇄와는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태국 국적 화물선 ‘마유리 나리’호와 리베리아 국적 이스라엘 소유 선박 ‘익스프레스 룸’호 등을 잇따라 공격했으며,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UAE 해안에서 선박 3척이 피격당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란이 해협에 기뢰를 설치하기 시작했으며 수십~수백 개가 매설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하룻밤 사이 기뢰부설함 대부분을 제거했다”며 “석유 회사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하루 100여 척이 드나들던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발발 이후 통행량이 급감한 상태다. 현재 해협을 오가는 선박 대부분은 이란의 ‘그림자 함대’나 서방 제재 대상 러시아 관련 선박들이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미치는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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