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가 인하… 혁신형 제약사만 ‘인센티브’
인하율 차등·최대 5년 유예 등 우대
혁신형 제약사 48%, 일반 43% 예상
구체적 우대 방안, 3월 건정심서 논의
입력2026-03-13 16:07
수정2026-03-13 20:58
지면 15면
정부가 올 7월 시행을 목표로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약가 인하를 추진하는 가운데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은 혁신형 제약사에 인하율 우대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1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열린 건정심 소위원회에서 이미 등재된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인하 시 혁신형 제약기업과 일반 기업에 차이를 두기로 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은 제약사와 그에 준하는 기업에 대해 일반 기업보다 낮은 인하율을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혁신형 제약사는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약 48% 수준, 혁신형 제약사에 준하는 기업은 45%, 일반 제약사는 43% 수준으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형 제약사와 혁신형에 준하는 기업에는 일반 기업보다 3~5% 수준의 인하율 우대 또는 약가 인하 유예 기간을 부여하는 안도 논의선상에 올랐다. 유예 기간은 최대 5년 수준이 거론된다. 다만 이러한 우대 조치는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일정 기간 이후에는 혁신형 기업과 일반 기업 모두 동일한 인하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은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높고 신약 개발 성과, 해외 진출 역량 등을 보유한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을 복지부에서 인증하는 제도다. 2012년 제정된 제약산업육성지원특별법에 근거해 운영 중이며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지정되면 R&D 등 정부 지원 참여 시 가점 부여, 약가 우대, 세제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혁신형 제약사에 대한 우대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보건 당국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은 제약바이오기업은 총 48곳이다. 제약바이오협회에선 전체 회원사 296곳 중 36곳만 인증을 받았다. 약가 인하 우대가 현실화될 경우 나머지 260여 개 제약사는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제안한 내용”이라며 “제네릭에 안주하기 보다는 연구개발 투자와 혁신을 지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에 업계 반발은 우려스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가 도입 10여 년만에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당초 지난해로 예상됐던 제도 개선안 공개가 지연되며 제약업계를 애태우고 있다. 리베이트 페널티 규정 완화와 평가 방식 조정 등을 담은 인증 기준 개편안이 약가 정책과 맞물려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업들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건정심 소위에서는 혁신형 제약기업에 준하는 기업을 별도로 설정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하율 차등 적용과 유예기간을 포함해 ‘준혁신형 기업’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 등은 이달 말 건정심 본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약가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며 지난해 11월 약가제도 개편을 예고했다. 제네릭 의약품 가격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업계는 이번 개편안이 산업 생태계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10일 기자회견에서 “10% 이상의 약가 인하는 산업계가 감당하기 어렵다”며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48.2%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제네릭 가격 인하가 소비자 부담을 낮추고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는 동시에 제약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제네릭 약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17배 수준으로 높은 반면 국내 상장 제약사의 매출 대비 R&D 투자율은 8.4%에 그쳐, 미국 제약협회 회원사 평균(21.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간 유지된 제네릭 가격으로 발생한 이익을 연구개발에 투자해왔다면 지금보다 뚜렷한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업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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