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어준에 등돌리는 친명 세력…“괴물과 싸우다 괴물 됐나”
■‘공소취소 거래설’ 두고 김어준에 공세 전환
송영길·한준호 등 친명계 “견제 관계 돼야” 비판
金 “고소·고발땐 무고 대응”…장인수에 책임 전가
청와대도 “부적절한 가짜뉴스…언론중재 대상” 부글
입력2026-03-14 06:30
민주·진보 진영의 ‘빅스피커’로 통하는 김어준 씨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가 공세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최근 김 씨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촉발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이른바 ‘공소 취소 거래설’을 계기로 김 씨에 대한 당내 불만 여론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김 씨는 민주당 지지층에 대한 영향력을 앞세워 주요 정책 사안 등에서 ‘상왕’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는데, 친명계는 이번 계기를 통해 관계 재정립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씨는 13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공소 취소 거래설 보도를) 미리 짜고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의혹 연관성을 거듭 부인했다. 이어 “취재 신빙성에 대해서는 본인이 책임질 일”이라며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 씨에게 책임을 돌렸다. 민주당 일각에서 장 씨뿐 아니라 김 씨까지 고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고소·고발이 들어오면 우리는 좋다”며 무고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씨의 해명에도 친명계 내부에서는 논란의 책임을 김 씨 측으로 돌리는 분위기가 나타났다.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논평을 통해 “국정 혼란을 초래한 장 씨와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김 씨의 유튜브 채널이 “근거 없는 의혹이 확산되는 결정적 통로가 됐다”고 비판했다. ‘취재 내용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김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문제의 발언이 공론화되고 확산된 공간이 뉴스공장이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친명계에서는 김 씨의 영향력이 정점에 이른 상황에서 그가 이재명 대통령보다는 당권파나 강경 지지층에 더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나 검찰 개혁 문제 등 당내 갈등 국면에서 김 씨가 강한 편 가르기식 메시지를 내온 만큼 이번 기회를 계기로 영향력을 줄이고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친명계 의원들은 김 씨 유튜브 출연을 자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며 사실상 ‘힘 빼기’에 나섰다. 박찬대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씨의 방송은 국민과 지지자 정서와 차이가 있다”며 “앞으로 출연하는 정치인이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개인적으로 출연하지 않은 지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한준호 의원도 “그 플랫폼과 정치인 사이에는 일정한 견제 관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역시 “괴물과 싸우다 괴물이 돼서는 안 된다”며 “특정 유튜브 채널에 국회의원들이 줄을 서서 출연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실제로 이날 김 씨 유튜브 방송에는 이례적으로 민주당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출연하지 않았다. 전날(12일) 방송에서도 거의 매일 같이 출연하던 민주당 내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강경파 의원들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김 씨는 “법사위에서 이 사안을 주도해왔던 의원들은 이제 나오기가 좀 어렵다”고 했다.
친명계 밖에서도 김 씨에 대한 반발이 나왔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김 씨를 겨냥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이용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검찰개혁 법안의 정부안 수정을 주장해 온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의 SNS 글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에 대해서도 “박 의원의 글을 인용하며 ‘검찰 개혁안은 남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이렇게 죽음을 이용하는 분들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누리고 싶거나 주장을 관철하고 싶은 분들”이라고 했다.
청와대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KBS에 출연해 해당 의혹을 “매우 부적절한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며 “언론중재법에 따른 중재 대상”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은 당초 김 씨 유튜브 출연이 예정돼 있었지만 논란 이후 출연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불가피한 일정 때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는 김 씨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며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전북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김 씨나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검찰 개혁 추진 의지만 강조했다.
같은 날 민주당이 이 대통령 공소 취소와 관련해 국회에 제출한 국정조사 요구서에 정 대표가 이름을 올리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도 나왔다. 정 대표는 전날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김 씨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 대표와 김 씨는 평소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른바 ‘뉴이재명’ 흐름과 맞물려 친여 성향 유튜브 생태계에서도 세력 재편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변화하는 정치 지형 속에서 담론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과정이 이번 논란의 본질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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