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기업 계열사 IPO 비상…자금조달 플랜B 찾아야
■18일 대기업 중복상장 규제안 발표예정
주주 권익보호로 기업가치 제고 목적
일부 첨단산업 외 원칙적으로 금지
HD현대로보 등 대기업 계열사 영향권
교환사채·PRS 늘고 비핵심자산 매각
대기업 자금조달 근본적 변화 전망
입력2026-03-15 17:40
수정2026-03-16 11:04
지면 18면
정부가 상장 기업의 자회사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모두 금지하기로 한 것은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명확한 기업공개(IPO) 기준을 제시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일부 미래 산업에 속한 기업은 모회사 이사회 결의를 거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할 수 있지만, 이외 기업은 증시 신규 입성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자회사 IPO에 의존해 자금을 확보해온 산업계는 새로운 자금 조달 방법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18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중복 상장 규제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간담회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 관계자와 기관투자가 등이 참석한다. 간담회에서는 자본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4대 개혁 방안이 보고되는데 중복 상장 규제안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18일 간담회 일정이 발표되기에 앞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4대 개혁 방안의 세부 내용을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중복 상장 규제를 통해 상장 모회사를 둔 기업의 신규 증시 입성을 원칙적으로 모두 금지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모든 기업과 상장 모회사가 3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 자회사가 규제 대상이 된다. 대규모 기업집단은 계열사들의 합산 자산총액이 5조 원을 넘는 대기업 집단으로 지난해 고시 기준 92개다. 이들 집단에 소속된 비상장 계열사는 2930개에 달한다. 상장 모기업이 30% 이상의 지분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중견기업도 영향권에 들게 된다.
국가첨단전략산업 등 미래 산업에 속한 일부 기업은 상장 예비심사 신청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자회사 IPO에 의존해 투자 자금을 조달해온 산업계의 관행과 국가 첨단 산업의 성장 동력을 감안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예외가 적용되더라도 모회사의 이사회 결의를 거쳐 공모주 현물 배당 등 소수주주 보호 대책을 실행해야 신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 업계에선 중복 상장 추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증시 신규 입성을 추진해온 대기업 비상장 계열사 다수는 비상등이 켜졌다. 한화그룹 3세가 지분을 나눠가진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한국투자·NH투자·대신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당시 IB 업계에서는 법인이 아닌 개인이 지분 다수를 보유한 만큼 한화에너지가 중복 상장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IPO 추진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DN오토모티브 산하 DN솔루션즈, SK㈜가 최대주주인 SK에코플랜트, HD현대㈜를 모회사로 둔 HD현대로보틱스의 IPO도 난관이 예상된다.
정부가 고강도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주주 권익 보호를 통한 증시 가치 제고(밸류업)가 있다. 중복 상장은 국내 자본시장에서 숱한 논란을 낳아왔다. LG화학에서 물적 분할해 증시에 오른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LS그룹 산하 에식스솔루션즈 등이 관련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핵심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를 중복으로 증시에 올리면 기업가치가 저하돼 주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송아지 밴 암소를 샀는데 송아지 주인이 남이면 화가 나지 않느냐”는 표현으로 중복 상장을 비판했다.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대기업의 자금 조달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기업들은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교환사채(EB) 등 주식형 채권(메자닌)이나 주가수익스와프(PRS)와 같은 파생상품을 발행할 수 있다. 중복 상장 논란이 본격화된 지난해 EB 발행액은 4조 7789억 원으로 2024년(1조 9841억 원)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IB 업계 관계자는 “자회사의 중복 상장이 어려워지면 보유 주식을 유동화해 투자금을 조달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 집단은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등 자본시장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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