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그린’이 약속의 땅…임진영, 꿈의 첫승
◆KLPGA 리쥬란 챔피언십 최종
버디만 7개…15언더로 정상 등극
호수 위 17번홀 버디 퍼트 성공
‘9승 강자’ 이예원 1타 차 따돌려
역전승 노린 문정민은 황당실격
클럽 페이스 ‘연습용 스티커’ 탓
입력2026-03-15 18:12
수정2026-03-15 23:40
지면 25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개막전 리쥬란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이 열린 태국 촌부리의 아마타스프링CC(파72)에는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 홀이 하나 있다. 그린이 호수 위에 떠 있는 17번 홀(파3)이다. 다리도 없어서 섬 반대편에서 티샷을 날린 후 퍼트를 하기 위해서는 보트를 타고 그린이 위치한 섬으로 건너가야 한다. 아름다운 경관으로 이 코스 ‘명물’로 알려진 이 홀에서 새로운 역사가 탄생했다. 임진영(23·대방건설)이 이 홀에서 잡아낸 버디로 우승 경쟁을 펼치던 동갑내기 강자 이예원(메디힐)을 1타 차로 제치고 5년 차에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임진영은 15일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잡아내며 7언더파 65타를 쳤다.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적은 임진영은 2위 이예원을 1타 차로 따돌리고 2026시즌 첫 왕관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상금은 2억 1600만 원.
선두와 4타 차의 공동 7위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한 임진영은 전반에만 5타를 줄이며 매서운 추격전을 벌였다. 경기 중반 이후 이예원과 공동 선두를 형성하며 우승 경쟁을 펼치던 임진영은 17번 홀에서 3m 남짓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 홀은 바람 방향과 세기를 예측하기 어려워 더블 보기도 흔히 나오는 곳이다. 하지만 임진영은 이 홀에서 나흘간 3타나 줄였다. 1·2라운드 버디에 3라운드 파, 그리고 4라운드 다시 버디다.
2022년 정규 투어에 데뷔해 90개 대회에 출전해 지난해 4월 덕신EPC 챔피언십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던 임진영은 개막전부터 무승의 굴레를 벗어던지며 스타 탄생을 알렸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3승씩을 올린 이예원은 통산 10승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뤘다.
지난해 상금왕 홍정민이 12언더파로 2년 차 김시현과 공동 3위에 올랐고 아마추어 오수민이 8언더파 공동 10위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인왕 후보 간의 대결에서는 6언더파 공동 20위에 오른 김민솔이 2언더파 공동 43위에 그친 양효진에 ‘판정승’을 거뒀다.
한편 역전 우승에 도전했던 문정민은 최종 라운드 중반 허망하게 실격해 아쉬움을 남겼다. 드라이버 샷을 가다듬을 때 썼던 연습용 스티커의 일부가 헤드 페이스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부적합 클럽 사용으로 인한 실격인 셈이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가 메모리얼 토너먼트 첫날 전반을 마친 뒤 부적합 클럽 사용으로 실격 당했다. 3번 우드 페이스에 칠한 마킹이 문제였다. 페이스에 칠해진 흰색 페인트를 PGA 투어 측은 클럽 성능을 고의로 변화시킨 경우로 봤다. 골프 규칙은 “플레이어는 고의로 성능을 변화시킨 클럽으로 스트로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정민은 임팩트 타점을 확인하는 스티커를 사용했다가 벗겨냈지만 완전히 제거하지는 못했고 이를 발견한 경기위원회는 페이스에 남은 일부가 볼의 스핀과 비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투어 통산 1승의 문정민은 3라운드까지 8언더파로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7위였다.
KLPGA 투어는 2주 휴식 뒤 4월 2일부터 나흘간 경기 여주의 더 시에나 벨루토CC에서 펼쳐지는 더 시에나 오픈(총상금 10억 원)으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다. 대만여자프로골프(TLPGA) 폭스콘 레이디스 토너먼트 출전으로 리쥬란 대회를 건너뛴 방신실과 배소현 등 ‘흥행 카드’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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