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가동률 80%로”…에너지 위기 총력 돌파를
입력2026-03-17 00:01
지면 31면
중동발(發) 에너지 리스크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와 여당이 원전 확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당정은 16일 중동 사태 관련 회의를 열고 국가 위기관리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파병 요구 등 긴장이 고조되면서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요동치자 에너지 수급 대응 강화에 나선 것이다. 우선 원유 비축분 2246만 배럴을 3개월간 단계적으로 방출하고 석탄발전 상한제(80%)를 없앤다. 특히 현재 60%대인 원전 가동률을 80%까지 대폭 끌어올리는 등 총력전 태세에 돌입했다. 정부는 이달까지 원전 2기의 정비를 완료하고 5월 중순까지 4기를 추가로 정비해 총 6기를 순차 가동한다.
비상시국에 발전 유연성이 높은 원전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에너지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정부의 선택은 옳다. 원전 가동률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93.6%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66.5%까지 추락했다.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다시 80%대로 올랐다가 이후 60%대로 내려갔다. 유가와 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비상 상황에서는 원전을 더 돌리는 것이 전력 가격과 공급 안정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번 원전 가동 확대는 정부가 내세우는 실용주의의 단면이기도 하다. 탈원전의 비효율성도 되짚게 한다.
이번 중동 위기는 우리나라 에너지 구조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원유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는 공급 충격이 발생하자 곧바로 물가와 환율, 산업 생산에 연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1500원마저 돌파했다. 유가 상승이 수입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인플레이션 압력과 기업 비용 상승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에너지 쇼크’ 흐름이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발전과 산업구조를 유지하는 한 지정학적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경제가 요동치고 증시와 환율 변동성으로 이어진다.
결국 에너지 믹스의 균형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다. 안정적인 기저 전원 역할을 하는 원전과 함께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 원전의 효율성을 망각했다가 뒤늦게 한탄하고 있는 독일 등 유럽 국가가 처한 에너지 위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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