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하후상박”, 지급 대상도 손볼 때다
입력2026-03-17 00:01
수정2026-03-17 13:26
지면 31면
이재명 대통령이 당정에서 검토 중인 기초연금 개편에 대해 “이제는 일부는 빈곤 노인에게 조금 후하게 지급해도 된다”며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下厚上薄)으로 하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16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저소득 노인 부부에 대한 기초연금 감액 제도에 대해서도 “부부가 해로하는 것이 불이익받을 일은 아니다”라면서 “감액 지급은 재정 부족 때문이니 가급적 시정해야지요”라고 언급했다. 부부가 함께 받을 경우 기초연금액 20%를 감액하는 현행 제도를 바꿔 내년부터 하위 40% 부부에게는 감액 비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만 65세 이상 저소득층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은 취약한 노후 소득 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급증하는 노인 인구와 소득 하위 70%라는 폭넓은 지급 대상이 맞물려 재정에 심각한 부담이다. 월 247만 원을 버는 1인 가구 노인이면 월 34만 9700원, 부부라면 한 달에 395만 2000원을 벌어도 55만 9520원이 지급된다. 재원은 한정돼 있는데 사실상 중산층에까지 주다 보니 연간 27조 원 넘는 예산을 쓰고도 노인 빈곤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뼈아픈 현실은 노인 복지 정책 설계의 허술함과 비효율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대로 가면 2050년 기초연금 재정지출이 46조 원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초연금 제도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진짜 취약층에 공적 지원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위 70%’ 기준을 과감하게 철폐하고 소득∙자산 수준에 따라 지급 대상 기준 및 지급액을 정교하게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의 제안대로 기존 지급분은 그냥 둔 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는 ‘하후상박’ 원칙에 예외가 없도록 지급 대상자의 범위를 전면 재점검해야 한다. 그래야 기초연금을 효율화해 취약층의 노후 소득 안정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 서울경제신문,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