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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칩’ 상용화

입력2026-03-17 17:58

수정2026-03-17 18:48

지면 31면
서정명

서정명

논설위원

천체물리학자 고(故) 스티븐 호킹 박사는 루게릭병에 걸려 말하고 움직이는 기능을 상실했다. 안경에 장착된 적외선센서와 볼 근육 감지 센서 간 통신을 통해 컴퓨터 화면에 원하는 문장을 띄워 외부와 소통했다. 그는 “인텔의 기술 지원 덕분에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었다”고 감사의 뜻을 남겼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신체 마비 환자들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환자는 머릿속 생각만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로봇을 움직일 수 있다. ‘뇌 임플란트’ 기술이라고도 한다.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승인을 받은 뉴럴링크는 다이빙 사고로 전신 마비된 놀런드 아보의 뇌에 칩을 심는 첫 시술을 했다. 아보가 휠체어에 앉아 손발은 그대로 둔 채 생각만으로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체스를 두는 영상에 세상은 환호했다. 그는 “정말 멋진 일” “초능력 같다” “인류에 도움이 되는 선택” 등의 시술 성공 소감을 전했다.

미국의 ‘뇌 칩’ 기술에 중국이 도전장을 던졌다. 중국 정부는 최근 스타트업 ‘뉴라클’이 등록 신청한 침습형 BCI 혁신 기기를 승인했다. 그동안 연구 목적의 임상 시험은 많았지만 병원에서 유료로 환자에게 처방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36차례의 임상 결과 사지 마비 환자들이 수술 한 달 만에 생각만으로 손 기능을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인공지능(AI)과 배터리 등 첨단산업에 이어 BCI 분야에서도 미중이 불꽃 튀는 패권 경쟁을 펴는 형국이다.

‘뇌 칩’은 단순 의료 기술이 아니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 기술이다. 앞으로 군사 분야에서 AI와 접목하면 생각만으로 드론과 미사일 등 무기 체계를 제어할 수 있다. ‘전쟁 체스판’을 뒤흔들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달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BCI를 주력 산업으로 처음 선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뇌 패권’ 경쟁 속에 우리는 언제나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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