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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옛길에서 얻은 통찰…‘차마고도-길 위의 존재 수업’

입력2026-03-20 07:00

차마고도-길 위의 존재 수업. 사진 제공=더봄
차마고도-길 위의 존재 수업. 사진 제공=더봄

차마고도는 고대 중국 윈난과 쓰촨, 티베트 고원을 잇던 고산 교역로로 차와 말이 오가던 생존의 길이었다. 류현미 식문화세계교류협회 회장은 신간 ‘차마고도-길 위의 존재 수업’에서 차마고도는 단순한 역사적 공간이나 여행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차마고도는 인간이 걷고, 버티고, 서로를 향해 나아가며 문명을 이루어온 ‘존재의 길’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해발 3000~5000m에 이르는 차마고도의 길을 직접 걸으며 묻는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걷고 있는가”

책은 풍경을 설명하는 여행기가 아니다. 대신 풍경 앞에 선 인간의 멈춤과 침묵을 기록한다. 설산과 협곡, 마방의 발자국, 룽다 깃발의 흔들림, 말의 숨결과 한 잔의 차 속에서 저자는 문명이 ‘속도’가 아니라 ‘관계’와 ‘호흡’으로 이어져 왔음을 알아차린다.

특히 ‘차마고도-길 위의 존재 수업’은 인공지능(AI)과 기술이 인간의 지식과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은 여전히 길을 걷는 존재이며, 그 길 위에서만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여정은 개인적인 고통에서 시작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저자는 생계와 삶의 기반이 흔들리는 경험 속에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산을 오르고 몸의 리듬을 되찾으며 삶을 회복할 수 있었다. 킬리만자로와 히말라야, 몽골과 대만의 산들을 지나 마침내 차마고도에 이르기까지,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존재의 회복 과정’이 되었다.

책은 차마고도의 역사와 지리, 마방의 삶, 차와 말이 만든 문명의 교류를 담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오롯이 ‘인간’이 있다. 교역보다 중요한 것은 숨결이었고, 기록보다 오래 남는 것은 발자국이었다. 저자는 차마고도를 “과거의 유적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있는 사유의 길”로 정의한다.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은 추천의 글에서 “기술의 진보가 아무리 눈부셔도 문명의 방향은 결국 인간의 내면이 결정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책”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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