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넘어선 밸류업 정책이 증시 살려…중요한 건 일관성”
[일하는 국회, 프로셈블리] <3> 자본시장
여야 자본시장 대표주자 오기형·박수민 의원
오기형 “자본시장 해법, 정치 떠나 비슷”
박수민 “정책 일관성 유지가 가장 중요”
입력2026-03-20 06:00
여야의 대표적인 자본시장 전문가인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코스피 5000을 넘어 순항하고 있는 국내 주식시장의 핵심 동력으로 “정권이 바뀌는 가운데서도 ‘밸류업 정책’을 지속한 점”을 꼽았다. 정파를 넘어선 정부와 국회의 일관된 노력이 시장의 신뢰를 얻었고 이를 통해 자본 유입의 선순환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오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은 진보 진영의 정책이 아니라 시장의 정책”이라며 “윤석열 정부 당시 일본의 밸류업 정책을 상세히 분석해 준비해둔 것을 우리가 이어받아 추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자본시장 관련 정책 80~90%가 여기서 나왔다”며 “혁신 성장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에 대한 해법은 정파를 떠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도 이에 공감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은 정책의 일관성 유지”라며 “그 첫 번째 사례가 밸류업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문을 열었으니 새롭게 열린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항해할지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또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이끌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로 ‘경험’을 꼽으며 “(민주당 정부의 자본시장 성과는) 이재명 대통령이 젊어서부터 주식 투자를 해본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대전환의 시대’에 국회가 전문성을 중심으로 한 ‘프로셈블리(Prossembly)’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은 공감대를 이뤘다. 오 의원은 “국회는 사회적 요구의 반사체”라고 강조했다.
박수민 “기업 인센티브 확대가 먼저”…오기형 “상법개정 빠르고 과감하게”
‘1차 상법 개정안’ 여야 합의 처리 과정에서 각당의 논의를 주도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은 “혁신 성장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에 대해서는 해법이 비슷하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당내에서 손꼽히는 자본시장 전문가이지만 전폭적인 지지를 얻을 때까지 ‘밸류업’의 중요성을 동료 의원들에게 설득하고 다녔어야 했었던 점도 닮았다. 오 의원은 “초선이었던 문재인 정부 때는 내부 설득에 실패했다”고 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개혁에 대한 저항이 있어서 결국 무산됐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밸류업을 위한 입법 우선순위에 있어서는 두 사람이 차이를 보였다. 박 의원은 “기업에 대한 압박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키워가야 한다”고 했다. 반면 오 의원은 “국민의힘이 기업들의 반발을 고려하는 것 같다”고 각을 세웠다.
다음은 일문일답.
-자본시장 분야의 정책 기조는.
△오 의원=민주당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은 시장의 정책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가 초기에 밸류업 정책을 잘 잡았다. 일본의 밸류업 정책을 자세히 분석하고 다 준비해 놨더라. 이재명 정부 들어 상법 개정을 시작하니까 ‘윤석열 정부도 하다 말았는데 과연 되겠냐’는 냉소가 있었다. 그런데 1차 상법 개정을 생각보다 빠르고 과감하게 하고 이어서 2차 상법 개정까지 하니까 비로소 인식이 바뀌었다. 민주당이 집권했든, 국민의힘이 집권했든 자본시장의 역할에 대한 해법은 비슷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 의원=100% 동의한다. 외환위기 때 금융·산업 전체가 불타버렸다. 이후 고착화된 저성장을 돌파하기 위해 자본시장의 밸류업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윤석열 정부가 시작했던 것이다. 내가 22대 국회에 투입된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본시장 개혁에 대한 저항이 있었고 결국 무산됐다. 보수 정권에서 진보 정권으로 바뀌었지만 ‘밸류업 정책’만은 유지됐다는 점에서 민주당에 고맙기도 하다.
-동일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데 국회에서 잘 대응하지 못한 이유는.
△오 의원=문재인 정부 때 선제적으로 잘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때 여당이었지만 이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내부 설득에 실패했다. 오히려 이후 윤석열 정부의 밸류업 정책이 되게 촘촘하게 만들어졌고 그 덕분에 현 정부 들어 우리가 빨리 실행할 수 있었다. 증권사 등 시장의 ‘플레이어’들도 훈련을 한 번 해본 상태였다. 그래서 시장의 대응이 빨랐다. 시장도 따라줬다. 지난해 10월 반도체 D램 가격이 6달러였는데 올해 2월에는 26달러까지 올랐다. 그걸 누가 예측했겠나. 운이 좋았다고도 볼 수 있다.
△박 의원=운이 좋은 건 맞다. 사실 양당 모두 자본시장 전문성이나 신념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이 정도를 일궈낸 게 운이 좋다는 거다. 주주 자본주의 분야에 대한 철학이나 소신, 전문성은 민주당뿐 아니라 우리 당도 부족하다. 대한민국이 산업자본주의로 커왔기 때문에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지지와 이해, 전문성은 우리 당이 높다. 하지만 자본시장 육성 측면에서는 저도 외롭다.
-자본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해 어떤 전문성이 필요한가.
△박 의원=‘해본 사람’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젊어서부터 주식 투자를 해봤다고 하지 않나. 이게 정말 중요하다. 경제활동, 특히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공부 삼아서라도 투자를 해야 한다. 그러면 주식시장에 대해, 해당 기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게 된다. 난 금융시장·자본시장에 참여했었기 때문에 1차 상법 개정안 논의 때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여권에서도 이 대통령이 결국 주식 투자를 해봤기 때문에 ‘이것도 한 번 해보자’라는 흐름이 생긴 것 아니겠나. 유경험자들이 더 필요하다.
△오 의원=진정성이다. 윤석열 정부가 밸류업을 세게 하다가 멈췄지 않나. 시장의 실망이 컸다. 새 정부가 ‘그걸 또 하겠어’라는 냉소가 있었다.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초기 3~4개월 동안 집중했다. 어느 정도 돌파가 되니까 지금은 좀 더 탄력을 받은 것 같다.
-그런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박 의원=민간의 경험을 공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미국·영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 체제로 확고히 들어와 있다. (공직과 사기업을 순환하며 일한다는 의미의) ‘회전문 인사’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좋다. 아니면 공공 부문이 민간 경제활동에 참여하도록 해 민간의 경험을 흡수하도록 하는 방식도 있다. 시장 참여 경험이 없는 정치인과 관료가 만나면 민간을 이해할 방법이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전문가가 더 들어오는 정도로는 달라질 게 없다. 민간 전문가가 국회나 정부에 들어오면 1년 만에 비전문가가 돼버린다.
△오 의원=사회적 요구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국회에 반영된다. 국회는 사회적 요구의 반사체다. 정치인들에게 약간의 정치적 선택권이 주어지기는 하지만 의제는 계속 바뀌기 마련이다. 자본시장과 금융의 많은 부분에서는 특정 정권의 문제를 떠나서 사회 정책적 기준이 따로 있다고 본다. 그 지점들을 찾아가면서 담론적 논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1차 상법 개정 합의 처리 후 노선이 갈렸다. 원인이 무엇인가.
△오 의원=1차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밸류업이라는 공통의 고민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합의가 가능했다. 2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이었던 집중투표제의 경우 민주당은 하자고 했지만 기업들에서 반발이 있었다. 국민의힘이 기업들의 반발을 고려해 반대 입장을 세운 게 아닌가 싶다.
△박 의원=균형의 문제다. 우리는 자본시장을 키운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는데 여기서 대상이 되는 건 기업이다. 실물경제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중대재해처벌법과 노란봉투법, 각종 세법 개정 등을 강행하면서 기업을 유인할 요인이 많이 떨어졌다. 기업에 대한 압박이 너무 크다. 기업 인센티브를 키우고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 오면 상법을 개정하자는 입장이다.
-배임죄 폐지 등 기업 형벌 완화 입법이 더디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 의원=(경제계에서 요구하는) 경영 판단 원칙의 명문화와 상법상 특별배임죄 조항 폐지는 우리도 동의한다. 기업·경제단체에서 이걸로 만족한다면 그걸로 끝내겠다. 하지만 경제계에서 기왕이면 배임죄 자체를 폐지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해서 검토하고 있다. 아예 대체 입법을 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용역을 맡긴 상태인데 속도가 안 나고 있다. 더디다는 건 충분히 비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물로 설득할 수밖에 없다.
△박 의원=너무 느리다. 상법 개정안을 3차까지 통과시켰는데 배임죄 완화 속도가 느린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기업의 배임죄 문제는 경영 판단의 원칙 명문화로 풀어야 한다. 배임죄 자체를 폐지하는 건 동의하지 않는다. 경영 활동에 방해가 되는 부분만 레이저로 절제해야 한다. 자본시장에서 제일 중요한 건 수탁자 책임(Fiduciary Duty)이다. 자본시장에서 은행·증권사·펀드 등 수탁자들이 투자를 잘못했다면 해고 등으로 책임을 지면 된다.
△오 의원=배임죄가 대한민국 형법에 수십 개가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100% 자회사와 자금이 오간 것을 문제 삼는다면 이건 민사 문제에 가깝다. 형사소송 문제로 할 게 아닌데 지금까지는 이것을 배임죄로 처벌했다. 계모임도 계주가 돈을 갖고 도망치면 배임죄에 해당했다. 이런 게 100개 정도 있다. 최소 30~40개로 걸러내야 한다.
△박 의원=상법 개정안도 1차·2차·3차로 가고 있지 않나. 배임죄 폐지도 1차·2차·3차로 단계적으로 하면 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할 수 있는 부분이라도 빨리빨리 해서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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