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이사 선임 줄줄이 반대, 실력행사 나선 국민연금
입력2026-03-21 00:05
지면 25면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사내이사 선임을 거듭 반대하며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19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최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보고 재선임에 사실상 반대한 셈이다. 국민연금은 같은 이유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조현상 HS효성첨단소재 부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효성중공업이 소수주주 지지 후보의 이사회 진입을 막으려던 정관 변경 안건도 국민연금의 반대로 부결됐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행보는 더불어민주당이 K증시 활성화를 위해 핵심 과제로 추진 중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강화 흐름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도 충분히 공감할 만하다. 하지만 최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주요 안건에 제동을 거는 전방위적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는 경영계의 우려가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가 기업 경영을 더 옥죌 수 있다는 점이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 환원을 강화한 상법 개정안의 통과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부담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된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같은 경영권 방어 수단은 전무하다. 이 와중에 국민연금마저 의결권을 앞세워 실력 행사에 적극 나서니 기업들이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2025년 말 기준 국내 주식 투자액이 26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자본시장의 최대 큰손이다. 국내 기관투자가 중 가장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기업 경영을 좌우할 수 있는 의결권 행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또 국내 주식 의결권을 민간 위탁운용사에 단계적으로 위임하기로 했지만 아직 시행 초기인 만큼 제도 정착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연금의 최우선 역할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최후의 안전판으로서 기금 수익률을 높이는 데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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