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병압박에 日 “2호 투자”…우리도 ‘히든 카드’ 준비를
입력2026-03-21 00:05
지면 25면
일본이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함정 파견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는 대신 1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2배에 이르는 ‘2호 투자’ 선물 보따리를 내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시작부터 4만 5000명의 주일 미군 규모 등을 들어 “일본이 나서주길(step up) 기대한다”며 압박했다. 하지만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본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며 파병 요구를 피해갔다. 대신 소형모듈원전(SMR) 등 총 730억 달러 규모의 2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를 약속했다. 군사적 지원에는 신중하되 대미 투자 요구에는 적극 응하면서 이란 전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감을 드러내면서 일본이 한시름 덜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제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타깃이 일본과 처지가 비슷한 한국을 향할까 걱정이다. 이날 서방 6개국과 일본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폐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으로부터 군함 파견을 요구받은 우방국 가운데 한국만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이란과의 관계 악화 등을 고려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국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듯하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미국에 대한 외교적 지원조차 미온적 반응을 보이다간 자칫 한미 동맹이 훼손될 수 있다. 정부는 한미 간 외교 불협화음 우려가 커지자 하루 뒤인 20일 “미국 등 주요 우방국과 호르무즈 기여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일 정상회담을 참고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치적으로 내세울 만한 ‘히든 카드’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호르무즈해협 파견은 우리 장병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고 국민의 절반 이상이 부정적이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미 투자 방안은 이달 17일 ‘대미투자특별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만큼 하루빨리 구체화해야 한다. 어차피 해야 할 투자라면 최대한 ‘상업적 합리성’을 보장하는 프로젝트를 선점하는 것이 낫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 등으로 인해 동북아시아 안보 환경이 매우 엄중하다. 국익을 중심에 두고 한미 동맹을 강화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해법을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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