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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환경제의 핵심 엔진, 기술과 디지털 [조남준의 CROSS ECONOMY]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난양공대 산업처장 겸 변환경제센터장)

RIE2030 톺아보기 ⑦

입력2026-03-21 17:38

조남준

조남준

싱가포르 난양공대 석좌교수

자원이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구조를 통해 측정·축적·이전되면서 단순한 투입 요소에서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묘사한 AI 이미지. 동일한 자원이라도 어떤 구조 속에서 설계되고 활용되는지에 따라 국가 경쟁력과 성장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자원이 디지털 기술과 데이터 구조를 통해 측정·축적·이전되면서 단순한 투입 요소에서 경제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묘사한 AI 이미지. 동일한 자원이라도 어떤 구조 속에서 설계되고 활용되는지에 따라 국가 경쟁력과 성장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변환경제를 이야기하면 종종 이런 반응을 만난다. “결국 기술 이야기 아닌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절반만 맞는 말이기도 하다. 변환경제에서 기술과 디지털은 목적이 아니라 엔진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전환이 가능해지는가의 문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자원이 자산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측정, 축적, 이전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이 세 가지는 모두 기술과 디지털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디지털은 변환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지, 그 자체로 성장의 목표는 아니다.

첫째, 측정의 문제다.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비교 가능해야 하고, 비교 가능하기 위해서는 측정 가능해야 한다. ESG 성과가 대표적이다. 의도와 선언만으로는 경제적 의미를 갖기 어렵다. 그러나 데이터로 측정되고, 동일한 기준 위에서 비교되며, 검증될 수 있을 때 비로소 투자와 금융의 언어로 전환된다. RIE2030이 Digital ESG를 강조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둘째, 축적의 문제다.

기술은 단발성 성과를 반복 가능한 자산으로 만든다. 연구 결과가 보고서로 끝나면 소모된다. 하지만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표준으로 축적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커진다. 디지털은 성과를 남기는 기술이 아니라, 쌓이게 만드는 기술이다.

셋째, 이전의 문제다.

자산은 공유되고 이동할 수 있어야 확장된다. 기술 이전, 표준 확산, 플랫폼 연결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디지털이 없으면 자산은 고립된다. 디지털은 자산의 이동성을 보장하는 인프라다.

RIE2030은 기술을 개별 산업의 도구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기술을 자산 전환의 엔진으로 위치시킨다. 제조, 헬스, 도시라는 도메인은 기술 적용 분야가 아니라, 전환이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시험하는 무대다.

예를 들어 제조에서 디지털은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공정 데이터는 자산이 되고, 공정 표준은 산업 경쟁력이 되며, 에너지 관리 데이터는 ESG 성과로 전환된다. 헬스에서도 마찬가지다. 진단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 기반 관리와 예방이 어떻게 재정 부담을 줄이고 사회적 자산을 만드는가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오해를 하나 짚어야 한다. 변환경제는 기술 중심 경제가 아니다. 기술이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환이 중심에 있다. 기술은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이 차이를 놓치면 변환경제는 또 하나의 기술 유행어로 소비된다.

싱가포르는 이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RIE2030은 특정 기술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전환을 만들 것인지, 그리고 그 전환을 위해 어떤 디지털 조건이 필요한지를 설계한다.

이 접근은 매우 전략적이다. 기술은 빠르게 바뀐다. 그러나 전환 구조는 오래간다. 디지털을 엔진으로 삼되, 엔진 교체가 가능하도록 설계하는 것. 이것이 싱가포르가 선택한 방식이다.

다음 회에서는 이 기술과 디지털이 실제로 어디에 적용되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변환경제는 추상이 아니라, 도메인별로 매우 구체적인 모습으로 구현된다. 먼저 제조에서 어떤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지부터 짚어보겠다.

조남준의 CROSS ECONOMY(변환경제)
조남준의 CROSS ECONOMY(변환경제)

-미국 UC 버클리 화학공학 학사, 스탠퍼드대 재료공학 석사·화학공학 박사, 스탠퍼드대 의대 박사후연구원

-싱가포르 난양공대(NTU) 재료공학과 석좌교수, NTU 총장 직속 산업처(Industry Office Flagship director) 처장, NTU 변환경제센터(Centre for Cross Economy)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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