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환율, 유동성 탓 아냐…트럼프 리스크 진정땐 안정”
■이승헌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한은 부총재 출신 금융전문가
교양서 ‘돈의 변신’ 집필 마쳐
“자금 해외유출 방지 정책 필요
돈의 본질은 신뢰, 흐름 알아야
자산 변동성 커져…투자 불가피”
입력2026-03-23 07:30
수정2026-03-23 07:30
지면 27면
“최근의 고환율은 유동성 위기로 인한 문제가 아닙니다. ‘트럼프 리스크’가 진정되면 다시 안정세를 찾을 겁니다.”
이승헌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서울 동작구 연구실에서 진행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환율 문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서학개미 등 대외투자가 급증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가 뉴노멀이 됐고,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으로 인해 1500원대를 넘나드는 상황이다. 이 교수는 “환율 수준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형성된 새로운 균형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 부총재 출신인 이 교수는 1991년 한은에 입행해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실 자문관, 자본이동분석팀장, 외환시장팀장, 국제총괄팀장을 거쳐 국제국장 등을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다. 퇴직 이후에는 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학생들에게 거시경제를 가르치며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책 ‘돈의 변신’을 집필했다. 그는 “중앙은행에서 근무하며 30년 넘게 쌓은 경험을 다양한 사람들과 공유해야 시장도, 우리 사회도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다”며 “투자에 앞서 먼저 돈의 흐름 속에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책은 중앙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일상, 금융시장, 정책 현장에서 돈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고 움직이는지를 담았다. 대표적 사례가 편의점 결제이다. 이 교수는 “편의점 결제는 현대사회에서 돈이 어떻게 오가는지 흐름을 이해하기 좋은 사례”라며 “소비자의 예금이 은행을 통해 점주에게 이전된다고 이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은행 간 채권·채무를 상계한 뒤 차액만 정산하는 ‘네팅’이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고 언급했다. 이어 “여기서 더 나아가면 통화정책의 기초로, 국가와 국가 간의 외국환 거래로 확장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신뢰’라고 정의했다. 누구나 돈이 흐르는 방향을 알고 싶어 하지만 그 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워하듯, 결국 돈의 작동원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투자자가 늘면서 주가, 환율, 국제유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정작 그 이면에서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아주 깊게 들어가면 흥미가 떨어지겠지만 그 껍질을 한 겹 벗겨내는 것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암호화폐에 대해서도 교환의 신뢰성을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돈이 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기술의 안정성과 함께 법정화폐로 일대일 교환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필요하다”며 “신뢰는 물질적인 것에서 나오지만, 관계적인 것에서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돈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것을 움직이는 작동원리, 즉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이해 없이는 오늘의 경제질서를 파악하기 어렵고, 투자도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주식·부동산 등 최근 불어닥친 투자 열풍에 대해선 불가피한 상황으로 평가했다. 금리·물가·환율 등 다양한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자산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는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올해 주가가 급등하면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자산이 감소한다는 ‘포모(FOMO·소외 공포)’가 확산했다”며 “과거와 달리 돈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가치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자산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돈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배우고 적절한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국민들이 단편적인 수치에 매몰되지 않고 경제 전체의 거시적 흐름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남겼다. 그는 “돈을 미시적인 삶의 수단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거시적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좋을 것 같다”며 “각자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투자가 투기로 흐르지 않고, 정책의 효율성도 살아나 경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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